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러시아 사업 관련 불확실성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 교류는 급감했다.
러시아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은 심화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다음 달 열리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제재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도 지난 24일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로 러시아로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무역 급감은 수치로 드러난다.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한국의 대(對)러시아 교역(수출+수입) 규모는 전년 대비 22.6% 줄었다. 중국 대만 일본 독일보다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가 더 많이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 이달까지 한국의 대러 수출과 수입은 각각 20.0%, 52.2% 급감했다.
얼어붙은 한·러 경제 관계는 러시아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직결한다.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에 지사를 두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쟁 이후 러시아 사업장 인력을 대폭 줄였다. 블라디보스토크 지사의 지위를 연락사무소로 낮췄다. 파견 직원 없이 현지 채용직원 2명만 일하고 있다. 모스크바 지사에는 주재원 1명과 현지 채용직원 3명이 일하면서 명맥만 유지하는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러시아 측과의 거래를 멈춘 상태다.
현대위아의 러시아 공장은 ‘개점 휴업’ 상태다. 현대자동차 러시아공장이 지난해 3월부터 가동을 중단하면서, 엔진을 만드는 현대위아의 공장도 멈췄다. 현대위아 측은 “가끔 기계에 기름칠을 하는 개념으로 공장을 돌린다”고 전했다. 현대위아는 공장 재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급휴직, 교대근무 등으로 고용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러시아 현지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전면 철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사들도 ‘러시아 리스크’에 시달린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선박 20척 중 3척만 공정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17척은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건조를 멈췄다. 공정에 들어간 3척도 8억6000만 달러 가운데 잔금 2억5000만 달러가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해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완전히 단절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 팀장은 “러시아는 기초과학에 강점이 있는 나라다. 한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입장에서 산업을 고도화하려면 한국과 자동차, 전자, IT 등에서 협력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