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뒤에서 빵빵거리니….”
27일 오후 2시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 갓길에 승용차 2대가 연속으로 멈춰 섰다. 경찰의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에 걸린 위반 차량이었다. 운전자들은 “(우리 외에도) 안 지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경찰은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원을 부과했다.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단속이 본격 시행된 지 엿새가 됐지만 운전자 대부분은 여전히 새 규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이 이날 오후 2~4시 서울 종로구 독립문사거리와 강남구 도산공원사거리에서 단속한 결과 모두 106대의 차량이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았다. 거의 1분에 1대꼴이다. 위반 정도가 가벼운 계도 차량이 대부분이었지만 벌점에 범칙금까지 부과된 차량도 29대나 됐다.
차량 신호가 적색인데도 정지선을 무시한 채 앞차를 따라 줄지어 우회전하는 차량도 많았다. 바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도로 정면에 있는 차량 신호등이 적색인 경우 운전자는 무조건 정지선 앞에서 멈췄다가 출발해야 한다.
도산공원사거리에서 적발된 김모(58)씨는 “(다른 차들이) 왜 멈춰 있는지 이해가 안 돼 옆으로 앞질러 우회전을 하다가 (경찰이) 멈춰 세웠다”며 “우회전 도로에서 정면 차량 신호등이 적색이면 서야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충분히 홍보가 안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시정지를 몇 초 동안 해야 하는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운전자는 “일시정지를 정확히 몇 초를 해야 하느냐”며 0.1초를 멈춰도 일시정지인지 따져물었다. 경찰은 “차량의 네 바퀴가 모두 멈추고 차량 속도가 ‘0’이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주위를 살펴보고 다시 운행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우회전 신호등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독립문사거리에서 경찰에 붙잡힌 한 운전자는 “사람도 많고 신호도 많고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차를 따라가다가 걸렸다”며 “(범칙금) 6만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불합리하다. 이럴 거면 우회전 신호등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성윤수 김용현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