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위안화 굴기’… 아르헨도 中 수입 대금 결제키로

입력 2023-04-28 04:05
중국과 달러 대신 위안화로 거래하겠다는 국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시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위안화 지폐를 세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중국이 ‘위안화 굴기’를 추진하는 가운데 러시아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까지 위안화로 대중 무역 대금을 결제한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미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대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이달 약 10억 달러어치의 중국 수입품을, 이후 매달 7억9000만 달러어치의 수입품을 위안화로 결제할 계획이다.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저우 샤오리 주아르헨티나 중국대사와 회담 후 “이번 결정은 달러 유출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100%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 경제 침체 등으로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환 위기를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는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엔 외환보유고 강화를 위해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50억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쓰는 국가는 점차 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되는 등 서방의 금융 제재로 달러와 유로 사용에 어려움을 겪자 수출 대금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와 브라질헤알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국외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달러를 추월했다. 전날 블룸버그는 중국 외환관리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월 중국의 국경 간 지불·수령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48%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2010년만 해도 위안화의 대외 결제 비중은 사실상 0%였다. 같은 기간 달러 비중은 83%에서 47%로 감소했다.

위안화 약진에 서방에서는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8일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달러화) 국제 통화 지위가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지난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와 연결된 금융 제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러화의 헤게모니를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아직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크리스 렁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국가가 위험 분산을 위해 달러를 대체할 결제 통화를 찾고 있고 미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예전 같지 않아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하고 있다”면서도 “전 세계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여전히 매우 작고, (달러 대체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