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내놓았다.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주고, 저리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들의 잇따른 죽음이 있고서야 이 같은 대책이 나온 것은 아쉽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국가가 전세사기를 재난으로 인정하고 생계비 지원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4억원 한도 내에서 낙찰 금액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주택 매수를 원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피해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은 긍정적이나 문제는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 일부 모호하다는 것이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서민 임차주택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다수’ ‘상당액’의 기준, 서민 임차주택을 구분하는 면적이나 보증금 등 세부 요건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억울하게 배제되는 사람이 없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로 인정되는 절차가 길어질 경우 경제적으로 막막한 이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 서둘러야 한다. 전세사기 의도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도 혼란이 우려된다. 사기가 성립되려면 집주인의 의도가 중요한데, 역전세난이나 갭투자 실패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현황 조사조차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법 적용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은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여러 의견에 귀 기울여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