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갖는 내 방, 내 침대… 한 발짝씩 행복 찾고 싶어요”

입력 2023-04-28 04:08
다음 달에 문을 여는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목포)의 자립 생활관 모습. 전남센터는 지난 2월 개소한 순천과 함께 두 곳에서 운영된다. 삼성 제공

전남 목포시의 한적한 주택가 사이로 5층짜리 깔끔한 단독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 달부터 ‘새 손님’을 맞는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목포)다. 지난 26일 찾은 이곳의 내·외관은 여느 원룸 빌딩과 다를 바 없었다. 입주 예정자는 자립준비청년들이다. 보호기간이 끝나고 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 하는 청년과 이들이 첫발을 내디딜 사회를 잇는 ‘디딤돌’ 같은 공간이다. 전남센터는 10번째 디딤돌이다. 동서로 인구가 양분된 전남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순천과 목포, 두 곳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에서 사업비 50억원을 쾌척했다.

전남센터 순천과 목포에는 자립준비청년의 거주공간인 생활관이 각각 15개 마련됐다. 보호종료를 앞둔 만 15~18세 청소년이 며칠 동안 살아볼 기회를 주는 체험관도 3개씩 있다. 전남센터는 부지 선정부터 공을 들였다.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문성윤 센터장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상의하면서 장소를 정했다. 아르바이트가 필수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으면서도 집과 가까운 직주근접 최적지, 시내버스 환승이 편리한 교통요충지, 먹거리가 저렴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서울의 대학로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전남센터(목포) 1층은 커피머신, 냉장고, 테이블을 갖춘 널찍한 공용 공간이다. 통유리의 카페를 연상케 한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 계단마다 손잡이에 표시된 점자 표지판 등은 ‘배려’를 느끼게 했다. 2~4층에 자리한 생활관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28.1㎡(8.5평)의 공간은 정갈했다. 웹툰 작가 ‘모랑지’가 전남센터에 기부한 돈으로 마련한 공용 노트북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에 상주하는 임성권 사회복지사는 “자립준비청년이 입소하면 침대를 보고 가장 좋아한다. 자신의 독립공간이 처음 생긴 것에 기뻐한다”고 했다.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 입소는 자립준비청년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자립정착금(전남도는 인당 1000만원)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맡기고 월세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제교육’에서부터 출발한다. 생전 처음으로 부동산 지식을 습득하고 경제관념을 익히는 순간이다. 삼성과 센터 측은 ‘일부러’ 이 과정을 넣었다. 입소 후에는 빨래 돌리는 법 같은 사소한 기본교육은 물론 센터에 근무하는 ‘선생님’과의 상담이 차례로 이뤄진다. 소액의 금융 지원도 받는다.

전남센터(목포) 입소를 앞둔 자립준비청년 A씨는 “홀로서기란 나의 행복을 찾는 일 같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전남센터 생활관에서 안정을 느끼고 작은 한발이라도 걸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 진로 선택지가 좁아진 걸 후회했는데 (전남센터의) 교육비 지원 덕분에 요리학원에 등록했다”고 덧붙였다. 전남센터에 있는 동안 매월 5만원 미만의 공과금 외에 추가 부담은 없다.

지난 2월에 개소한 순천에 있는 전남센터는 최근 아파트 반상회 격인 입주자 회의를 열고 남녀 대표를 뽑았다. 층간소음이 문제로 떠오르자 슬리퍼 착용이라는 대안을 찾았다. 분리수거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한 달 동안 각자 최선을 다한 뒤에도 자정이 안 되면 당번제를 도입하자”고 뜻을 모았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또 다른 이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는 곳이 삼성 희망디딤돌 센터인 것이다. 임 복지사는 “취약계층의 아이들은 신뢰할 만한 어른 1명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인생 진로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무한한 지지를 보낼 멘토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목포=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