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경력이 없는 저희에게 ‘경력직 우대’ 조건은 절망과 같습니다.” “경험을 쌓을 인턴십 기회가 다양한 분야에서 주어졌으면 합니다. 예체능을 포함해서요.”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순천)에 지난 2월 입소한 자립준비청년 2명은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호시설을 떠나 ‘홀로서기’ 3개월 차에 접어든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었다. 한 명은 은행원, 다른 한 명은 건강운동관리사가 꿈이라고 했다. 자격증 시험에서 처음 떨어졌을 때 허무했지만 주위 격려에 보답하고자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안감과 압박감을 많이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희망디딤돌센터의 전담 선생님들 도움을 받으면서 심리적 부담을 조금씩 덜었다.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립준비를 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40년 이상 아동복지사업을 이어온 순천SOS어린이마을에서는 나이 제한으로 시설을 떠나야 하는 자립준비청년 4명을 삼성 희망디딤돌 전남센터라는 ‘새 울타리’로 보냈다. 이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갖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도전의식을 불태우는 중이다.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상은 녹록지 않았다. 당장 생계를 위한 일자리 찾기는 ‘엄혹한 현실’이다. 김효승 순천SOS어린이마을 원장은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이 직업훈련을 받고 현장 경험을 쌓으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청소년 시기부터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진로 지도나 동기 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라 정부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보호시설에 입소하는 순간부터 전 주기에 걸쳐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지원 로드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장은 “아동양육시설에는 학대를 받은 아동이나 경계선급아동도 계속 늘고 있다. 심리·정서적 지원을 폭넓게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자립준비청년의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목포=김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