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금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까.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계열사 다우데이타가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사태로 60% 급락했지만 김 회장은 폭락 직전 지분 3.65%를 팔았다. 만약 김 회장이 27일 매도했다면 200억원밖에 못 건졌겠지만, 그는 그보다 3배 많은 600억원이 넘는 돈을 증여세 재원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주가조작 세력이 다우키움그룹의 승계작업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인다. 주가를 끌어올려 증여세 마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해줬고, 김 회장 매도 이후에는 주가가 폭락하면서 향후 자녀들에게 주식을 물려주기 쉬워졌다.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의 앞뒤 2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한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자녀들이 내야 할 증여세는 줄어든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세 자녀에게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주를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른 증여세 재원마련을 위해 이번에 결단을 했고, 주가 폭락 사전 인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성공적인 매도를 했다.
시장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키움증권이 SG증권과 차액결제시스템(CFD) 헤지(위험분산) 계약을 맺었다는 게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오해의 소지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거론한다. 이는 기본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법이다. 주가도 하락해 지금 자사주를 사들이면 이전보다 더 높은 지분율을 확보 할 수 있다. 동종업계 ‘큰 형님’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이달 21~26일 보통주 2만9000주를 사들였다. 회사 차원에서는 자사주 1000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키움증권은 지금 ‘SG증권 사태와 키움증권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을 때가 아니다. 소액주주들은 키움과 SG 간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다우데이타 소액주주는 8935명이다. 다우데이타 지분 21.78%를 이들이 갖고 있다. 하한가 폭탄이 터진 이후로 나흘째 하락하는 종목을 모른 척하는 오너일가는 흔치 않다. 김 회장이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줄 좋은 기회다.
이광수 경제부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