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등 17개국 공동 연구단이 지구에서 54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의 ‘부착원반’을 포착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블랙홀에서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는 ‘제트’ 현상도 처음으로 관측했다. 블랙홀이 별과 은하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낸 것으로, 블랙홀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냈다는 평가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과 경북대는 국제 공동 연구단이 M87 중심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7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단은 17개국 64개 연구기관, 121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국내에선 천문연 박종호 선임연구원, 변도영·정태현 책임연구원, 김재영 경북대 교수 등이 연구진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 은하의 중심부에는 일반적인 블랙홀보다 훨씬 큰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블랙홀이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면서 블랙홀 주변에 원반 모양의 구조체가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해왔다. 이에 대한 간접 증거들은 제시돼 왔으나 직접 관찰된 적은 없었다.
또 이번 연구에선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를 동시에 포착하는 성과도 냈다.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강력하게 빨아들이면서 동시에 물질을 강력하게 내뱉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전 세계 전파망원경 관측망인 ‘글로벌 밀리미터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집합체’(GMVA)와 칠레 북부 사막에 있는 대형 전파망원경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 그린란드망원경(GLT) 등이 동원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