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땅’에 심은 복음의 씨앗… 쑥쑥 자라도록 기도는 계속된다

입력 2023-05-01 03:05
국제사랑의봉사단 창립자 황성주 이롬회장 등 봉사단원들이 지난 23일 튀르키예 뷔위카다 섬에서 성경을 나눠주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황성주 회장 제공

통곡의 땅 튀르키예에도 봄이 왔다. 언제 지진으로 인한 대참사가 있던 땅인지 의심할 정도로 찬란한 연두색 봄의 향취가 충만하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앞 뷔위카다 섬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잠식 묵상에 잠겨본다.

‘왕자의 섬’으로 불리는 이 섬은 유서 깊은 프린키포 그리스정교회가 있는 관광지로 오늘은 라마다 금식이 끝난 축제에다 어린이날이 겹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국제사랑의봉사단 단원들은 현지 성도들과 함께 원하는 사람들에게 성경을 나누어 주는 성경 전도(Bible Evangelism)를 진행하며 모든 구호 사역을 마무리했다.

물론 무관심한 분들도 있었지만 많은 분이 성경을 받아가며 즐거워했다. 특히 젊은 층은 대부분 반감이 없이 진지한 태도로 성경을 받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진 참사 이후 일어난 조용한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복음의 수용도가 높아지는 경우는 극심한 압박감이 지속할 때이다. 문화혁명 당시 중국 부흥과 공산 치하의 쿠바 부흥, 그리고 지금 은밀하게 일어나는 북한의 부흥이 좋은 사례이다. 이란의 호메이니 치하에서 일어난 이란 부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란의 성도들은 이란 복음화의 주역은 호메이니였다고 고백한다. 무슬림과 그리스도인 간에 극단적 대립 상황에 있는 나이지리아 부흥이나 계속되는 이집트 교회의 부흥, 아프가니스탄의 지하교회, 그리고 시리아 난민 내부에서의 부흥도 동일한 압박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도하는 인도네시아와 인도 부흥은 그 성격이 다르다. 이 경우 70년대 일어난 한국교회의 부흥과 매우 유사하다. 이들은 종교적 규율과 가난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와 풍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변화된 생활양식에 합당한 세계관이 성경과 기독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이제 새 시대에 맞는 새 옷을 갈망하고 있다. 훌쩍 커버린 사춘기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옷이 맞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비교적 압박감이 적었던 튀르키예 사람들이 팬데믹과 지진뿐 아니라 최근 정치·경제적 압박과 젊은이를 비롯한 지식층의 세계관 변화 등 모든 상황이 합력하여 복음의 수용도가 높아지는 쪽으로 가도록 절실한 기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사랑의봉사단 긴급구호팀이 가지안 테프 룰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습. 황성주 회장 제공

2월 초순부터 준비 과정을 포함해 1~3진을 지진 참사 현장에 파견해 활동한 70일 동안 진행되었던 국제사랑의봉사단 긴급구호 활동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동안 심었던 사랑의 씨앗과 복음의 씨앗이 열매를 맺도록 계속 기도하며 물주고 김매는 작업은 계속하기로 했다.

공동으로 이 일을 주관해주신 국민일보를 비롯해 수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뜻하지 않은 재난을 만난 튀르키예를 위해 많은 분이 후원해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린다. 가도 가도 끝없이 무너지고 훼파된 현장이 너무나 참담하고 마음 아팠지만 선한 이웃이 있는 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통곡의 땅에서 사랑의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다.

사역하는 동안 열악한 환경과 계속된 여진으로 인한 두려움, 그럼에도 이 땅을 향해 그칠 줄 모르는 갈망을 가진 소중한 동역자들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 하나님의 깊은 섭리를 묵상하며 매일 아침 성경 묵상과 감사 나눔을 통해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자비하심, 신실하심을 찬양하게 하셔서 감사하다.

이방 전도와 세계 선교가 시작된 곳. 말할 수 없는 학살과 박해가 있었던 이 땅 가운데 우리를 오늘의 사도 바울로 부르셔서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의 씨앗을 심게 하시고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다시 오기를 기도하게 하신 것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은 무슬림이 99% 이상인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구호 물품을 나누면서 “예수님 믿으세요, 예수님이 구원자이십니다” 라고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현지인과 인사하며 아이들을 안아줄 때마다 한국말로 소리 내어 기도하는 가운데, 한 영혼이라도 구원하기 원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됐다.

우리 팀을 보면 무조건 달려와 품에 안기는 아이들, 어둠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는 어린아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꼭 잡은 손을 놓지 않고 헤어지는 게 아쉬워 철조망 사이로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던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주님께서 남겨 놓으신 생명의 그루터기들이 무럭무럭 잘 성장하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가는 곳마다 봉사단 단원들에게 다가와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에 포즈를 취하며 언젠가는 그들이 사진을 보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밝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단원들의 헌신에도 박수를 보낸다.

국제사랑의봉사단은 귀국 길 이스탄불 공항에서 특별 라운지로 안내를 받았다. 각국 정부에서 온 구조팀과 같은 대우를 받은 유일한 민간단체로 어깨가 으쓱함을 느꼈다. 튀르키예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에게 배지(badge)와 선물을 전해주고 기념 촬영까지 했다. 봉사단의 빨간 조끼가 튀르키예의 봄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감히 자부해본다.

황성주 이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