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문학의 정수 엿볼 수 있는 단편 32편

입력 2023-04-27 20:28 수정 2023-04-27 20:47

‘카프카’라는 이름은 너무 아득하게 깊지만 이 책은 독자들이 그 속으로 들어가볼 용기를 준다.

전영애 서울대 독문학과 명예교수가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작품 32편을 엄선해 번역했다. 긴 글도 있지만 아주 짧은 작품들도 많다. 맨 앞에 실린 카프카의 편지나 ‘법 앞에서’ ‘가장의 근심’ 같은 세 페이지 분량의 소품들을 골라서 한두 편씩 읽다보면 ‘변신’이나 ‘시골의사’ ‘선고’ 같은 대표작들도 읽어볼까 슬그머니 욕심을 내게 된다.

게다가 텍스트만 빽빽한 책도 아니다. 카프카의 친필 원고와 편지들, 그가 그린 캐리커처 작품들, 자취가 묻어있는 공간들을 담은 사진들이 풍성하게 수록됐다. 번역자인 전 명예교수가 쓴 카프카에 대한 시들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프란츠 카프카 탄생 140주년이다. 왜 카프카를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전 명예교수가 서문에 적은 문장이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있겠다.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카프카에스크’(kafkaesque·카프카적)라는 형용사는 거처할 곳 없음, 실존적 상실, 관료주의와 고문, 비인간화, 부조리성이 그 징표로 보이는 한 세계를 나타내는 공식 같은 어휘가 되었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