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사랑하는 사람이 준다
손을 대는 게 처음은 아니잖아
나는 알고 있어
참지 말고 말해봐
멍청하게 그렇게
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애인은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입도 귀도 눈도 없이
물만 주면 알아서 잘하니까
돈도 별로 안 들어
이렇게 가끔 흙을 다 뒤집어놔야 해
그래야 안 죽지
숨 쉴 틈은 줘야지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중략)
엄마 그거 알아요?
오빠는 다른 사람이랑은 달라요
가끔 손을 대는 것만
그것 하나만 빼면 정말
좋아요
저는 참 운이 좋아요
-이소호 시집 ‘홈 스위트 홈’ 중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을 묘사한다.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시적 화자의 “가끔 손을 대는 것만/그것 하나만 빼면 정말” “좋아요”라는 말이 비극성을 배가한다. 폭력을 쓰는 그 남자친구는 식물 기르기를 좋아한다. “입도 귀도 눈도 없”는 식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