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미모사

입력 2023-04-27 20:49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이 준다

손을 대는 게 처음은 아니잖아
나는 알고 있어

참지 말고 말해봐
멍청하게 그렇게
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애인은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입도 귀도 눈도 없이
물만 주면 알아서 잘하니까

돈도 별로 안 들어

이렇게 가끔 흙을 다 뒤집어놔야 해

그래야 안 죽지

숨 쉴 틈은 줘야지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중략)

엄마 그거 알아요?
오빠는 다른 사람이랑은 달라요
가끔 손을 대는 것만
그것 하나만 빼면 정말

좋아요

저는 참 운이 좋아요

-이소호 시집 ‘홈 스위트 홈’ 중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을 묘사한다.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시적 화자의 “가끔 손을 대는 것만/그것 하나만 빼면 정말” “좋아요”라는 말이 비극성을 배가한다. 폭력을 쓰는 그 남자친구는 식물 기르기를 좋아한다. “입도 귀도 눈도 없”는 식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