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어 ‘오이다’ 또는 ‘에이도’(보다 알아보다 파악하다)는 우리말 신약성서에서 알다(마 6:8, 막 20:21, 행 12:11, 롬 11:2)로 번역됐습니다. 신약 전체에서 319번 나오는데 요한복음에서만 84번 쓰였습니다. 영어 성경은 노(know·알다)로 번역했습니다.
오이다 또는 에이도는 영어에서 진단(diagnosis) 영지주의(gnosticism) 등의 어원인 고대 그리스어 기노스코(알다, 알게 되다, 깨닫다)와 구별됩니다. 전자는 모양이나 윤곽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아는 것이라면, 후자는 경험이나 지식으로 아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양들이 목자의 목소리를 아는 것은 오이다, 마지막 절에서 목자와 양이 서로를 아는 것은 기노스코를 사용했습니다.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 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리고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서 이끌고 나간다. 자기 양들을 다 불러낸 다음에, 그는 앞서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라간다. 양들이 목자의 목소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들은 결코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서 달아날 것이다. 그것은 양들이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선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요 10:3~5, 14·새번역)
양들이 목자의 목소리를 아는 것과 목자를 아는 것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