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계좌 빌려주면 매달 수익금” 투자자문업체 대표 입건

입력 2023-04-27 04:03
뉴시스

직장인 A씨는 지난해부터 친구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투자자문업체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 투자업체에 종목 추천을 문의했던 그는 “‘투자금이 담긴 개인 계좌의 통장을 자기들한테 빌려주면 매달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기겁하고 투자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도 하지 않은 불법 업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2월 지인이 ‘투자 업체에서 작전을 짜는 대상이 대성홀딩스와 삼천리, 선광 세 종목이라는 걸 알아냈다’며 재차 투자를 권유했다”며 “주변 친구들은 이 말에 투자를 했다가 현재 크게 손해를 본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 주식 종목을 포함한 8개 종목은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해 최근 사흘간 시가총액이 4조원 넘게 증발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5일 해당 투자자문업체 대표 B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을 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당일 오전 7시쯤 ‘누군가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해당 업체가 입점한 삼성동의 한 빌딩으로 출동했다. 현장에는 투자금을 날렸다는 투자자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투자를 권했던 A씨 지인도 지방에서 상경해 이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투자자 진술을 토대로 해당 투자업체 사무실 물품 일부를 우선 압수했다. 주가조작 등 부정 거래에 사용됐을 수 있는 휴대전화 200여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위해 사후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경찰은 이 투자자문업체가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통정거래’(주식을 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가격을 정해놓고 서로 매매하는 것)를 하는 방식 등으로 시세조종을 했는지 의심한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정확한 사건 발생 경위와 불법 행위 여부 등을 수사할 것”이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