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고고학 지리학 고대근동학(Ancient Near East Studies) 지식이 필요하다. 구약의 창세기 및 신약의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의 이해를 돕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걸어서 성경 속으로’를 돕는 길잡이 책들이다.
‘새로 읽는 창세기’(두란노)는 박성현 미국 고든콘웰신학교 구약학 교수가 저술했다. 박 교수는 이스라엘 히브리대와 텔아비브대에서 고고학 및 고대근동문화를 공부했고 미국 하버드대 근동어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팔레스타인에 위치한 베들레헴 바이블칼리지에서 강사로 가르쳤고, 하버드대 아쉬켈론 고고학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박 교수는 “21세기를 살면서 창세기 1장을 어떻게 믿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면서 “그런데 창세기 1장은 21세기는 고사하고 모세 때에도 믿기 어려웠다”고 밝힌다. 박 교수는 창세기 1장 6~8절에 나오는 궁창(穹蒼)을 예로 든다. 하나님이 궁창 아래 물과 궁창 위의 물로 나뉘게 하시고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셨는데 이는 애굽인들에겐 지독한 신성모독이었다.
애굽인들에게 궁창은 신이었다. 누트란 이름의 여신으로, 물의 신 눈으로부터 진화한 창조신 아툼의 손녀이자 공기의 신 슈와 수분의 여신 테프누트 남매 사이에서 태어난 게 궁창이었다. 궁창은 그의 오라비인 땅의 신 게브와 부부의 연을 맺어 더 많은 신들을 낳는다.
더구나 궁창은 사후 세계에서 망자를 보호하는 신이었다. 애굽의 왕자로 자란 모세는 이런 궁창을 그저 하늘이라고 부르는 창세기 1장의 가르침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물 궁창 태양 땅 등 자연은 그냥 자연이라고 말하는 창세기 1장은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한 것뿐만 아니라 애굽의 거짓 신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박 교수는 분석한다.
책은 종교개혁 정신인 ‘오직 성경(Sola Scriptura)’에 입각해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하라고 조언한다. 창세기 1장을 시편 104편의 시각에서 해석해 창조주 여호와를 떠올린다. 고대 문명에서 안식은 신들만의 특권이었고 인간은 그저 수발드는 노예였을 뿐인데, 성경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령한다.(출 20:8) 박 교수는 “하나님의 안식은 곧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열심”이라고 해석한다.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CUP)는 피터 워커 전 영국 옥스퍼드대 위클리프홀 신약학 교수의 저술이다. 케임브리지대에서 고전학과 초기 기독교학을 공부한 워커(Walker) 교수는 ‘걷는 자’란 이름 그대로 30년 이상 성경의 땅을 탐구하는 스터디 투어를 인도해 왔다. 바울의 회심 장소인 시리아의 다메섹에서 시작해 그의 고향 다소, 안디옥 구브로 밤빌리아 갈라디아 마게도냐 아덴 고린도 에베소 밀레도 예루살렘 가이사랴 멜리데에 이어 마침내 로마까지 이르는 멀고 먼 전도 여행의 여정을 장소 중심으로 치밀하게 설명한다. 2000년 전 서사가 담긴 지역을 말하며 사진 도표 지도 평면도 등으로 독자들의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워커 교수의 앞선 저작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CUP)가 반 년 전 먼저 번역돼 소개됐다. 예수와 바울, 둘을 합쳐 1100쪽이 넘는 대작이다. 예수와 바울, 곧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쓴 누가의 시선으로 따라간 발자취 여행이다. 누가는 누가 뭐라 해도 여행가였다.
워커 교수는 “누가가 길 위의 예수를 강조하며 누가복음을 통해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의 예수님 여정을 강조했다면, 바울을 통해선 다시 예루살렘에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나란히 배치했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