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주간 지내면서 즐거웠던 일이 있었다면 나눠 주세요.” 이 질문에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해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에게 각인되는 일들은 크고 손에 잡히는 일 아니었을까요. 그런 일들이 성취될 때에만 ‘즐거움’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은 아닐까요.”
개인의 끝없는 선택과 야망, 조급증이 혼합된 삶(24쪽)을 사느라 작고 소소한 일상들은 그저 성취를 위해 소비되는 하찮은 것들로 만들어 버리지는 않는가. 스스로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 책이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저자 애슐리 헤일스는 말합니다. “내 한계를 예의 주시하라고, 거기에도 여유로운 삶이 있다고.”(19쪽) 성취를 위해 살아오느라 소진시킨 작고 소소한 우리의 일상 안에 하나님의 선물이 있다고, 이 책을 통해 우리 안에서 시작된 작은 목소리를 응원할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딛고 일어설 성경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줍니다.
저자는 예수의 성육신 사건을 떠올려 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엄청나게 큰 데도 한 아기의 출생으로 작게 시작”되었고 “예수님은 기꺼이 작아지셨고 한계를 사랑에 이르는 길로 받아들이셨다”(37~38쪽)고 소개합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성경을 읽으면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예수의 이야기가 온통 그러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어떻게 하면 “실제 몸 장소 가정 나이 시기 재정의 한계”라는 실제 삶을 받아들여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하나님의 선한 통치와 지도 아래 사는 것이 가능한지 발견하게 하셨습니다(59쪽).
책을 읽는 내내 저와 같은 자리에 서 계신 목회자들이 떠올랐습니다. 목회자들에게 여유로운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 책의 생각을 따라 표현해 봅니다. 우리의 살과 피를 쏟아 놓은 결과물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우리의 살과 피가 된 교회 본연의 삶을 되찾는 일에 우선하여 헌신하며 누리는 삶 같습니다. 성도들도 이 책을 꼭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같은 유익을 누리실 것입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천천히 곱씹어 읽다 보면 우리가 누구이며 작아서 아름다운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영혼의 양식이 되어 줄 것입니다. 또한 조금씩 변화되는 감정과 새로워지는 상상력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