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기도의 밥

입력 2023-04-28 03:06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이 땅에 만들 수 있을까. 나이 70이 넘어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제가 가졌던 질문이었습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만드는 길이 영성 복지가 아니겠냐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왜 늦게 신학교에 다니게 되었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빵’을 주는 것을 연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해 왔습니다. 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 빵에 사랑을 얹혀 주는 것이 영성 복지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이 말은 알아듣기는 쉬우나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사랑을 얹혀 줄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 이 질문을 두고 묵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사랑이 기도’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하고 빵을 주면 사랑의 빵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찬식에서 빵과 포도주에 영성을 실어 주면 예수님의 살과 피가 되듯이(막 14:22~24) 우리가 빵에 기도를 얹혀 주면 빵이 곧 영성 복지가 되는 것입니다.

배고픈 자의 배를 불리게 하려고 빵을 주면 이는 단순한 복지 행위이지만 기도하고 주면 영성 복지가 됩니다. 빵을 주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 빵을 통해 영육 간에 힘을 얻어 다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담아 빵을 준다면 이것이 바로 영성 복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키리에 엘레이손’(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이라는 기도가 있습니다. 이 짧은 기도를 통해서도 빵은 사랑의 빵이 될 수 있습니다. 기도 후에 행위가 뒤따를 때 영성 복지가 되는 것입니다. 기도는 축복의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깨닫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깨닫고 나니 너무 기뻤습니다.

이 땅에서 영성 복지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다일공동체에서 밥을 나눠 주는 것이 바로 영성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밥을 먹으러 오는 이들이 단순히 밥 때문에 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일공동체의 ‘사랑의 밥’ ‘기도의 밥’을 먹고 싶어서 오는 것입니다. 영혼이 배고파 몇 시간 걸려 오는 것입니다.

다일공동체가 35년간 이 사역을 계속해 왔지만 아직도 이 영성 복지를 이해하지 못해 영성 복지를 방해하는 사탄이 가득합니다. 밥 주는 일이 여러 곳에서 시행되고 있으니 그만하라는 이야기, 밥 주는 대신에 도시락으로 배달하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 지역에서 흩어져 주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의 밥, 밥퍼의 중요성을 모릅니다. 자신들이 영적으로 메말라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 메마른 영혼들과 싸움은 영적 전쟁입니다. 영적 전쟁은 거창한 싸움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영성 복지를 깨우쳐 주는 것이 영적 전쟁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영성 복지의 깃발을 들어야 합니다. 이제 밥퍼는 배만 부르게 하는 단순한 밥퍼가 아닙니다. 메말라 가는 이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밥퍼가 돼야 합니다. 영성 복지의 길을 밝히는 하나님의 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밥퍼의 뜻을 ‘영적 운동’으로 발전시켜 사회에 퍼 날라야 합니다. 이 영적 배고픔을 해결하는 문제는 청량리와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하나님의 사역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김성이 목사(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김성이 목사는 이화여대 명예교수이며 다일공동체 갈보리교회 협동목사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지냈으며 실천신학대학원대에서 신학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서울대(사회사업학 학·석사)를 거쳐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