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정릉1동 2통 통장인 최영순(58)씨는 지난 13일 반지하와 노후주택이 늘어선 동네 골목을 돌며 공과금 고지서가 쌓인 우편함을 찾아다녔다. 먼지가 쌓인 우편함 위에 ‘복지 위기가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전단을 붙이고, 주민들에게 “주변에 고립가구가 있거나 지금 혼자 살고 계시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며 말을 건넸다.
최씨는 성북구청이 운영 중인 ‘구석구석발굴단’ 단원이다. 성북구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역 주민과 함께 사회적 고립가구를 발굴하고 관계망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 용어인 고립가구는 몸이 아프거나 우울할 때, 경제적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사람이 없는 이들을 뜻한다. 고독사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
고립가구를 찾아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최씨는 “특히 중장년층이 접근하기가 힘들다. 스스로 ‘난 아직 젊다’는 생각이 있어서 어려운 상황이 분명한데도 도움을 거절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 사회와 연결되는 다리를 놓아주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고립가구를 줄이는 일이 고독사 고위험군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은 서울시복지재단과 함께 2021년부터 고립가구 발굴 사업 ‘똑똑’을 진행 중이다. 단절된 이웃들이 부정적 낙인마저 찍힐까 봐 사업명에 고립가구를 뺐다. 이렇게 찾아낸 고립가구가 97가구나 된다.
강서구는 2021년 서울시 고독사 실태 분석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고독사가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곳이다. 권대익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복지사는 “발굴한 고립가구 중에는 건강 악화로 실직한 뒤 몇 달치 월세가 밀린 경우가 많았다”며 “집에만 머물며 술과 담배에 의지해 살고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햇수로 3년 차가 되다 보니 신고 건수도 꽤 늘었다. 권 복지사는 “사업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집주인이 연락을 많이 준다. 세 들어 사는 곳에 쓰레기가 쌓이거나 월세가 밀리거나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준다”고 말했다.
글·사진= 백재연 정신영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