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 송영길 출국금지·피의자 전환

입력 2023-04-26 04:0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를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봉투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의심되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직접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검찰은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을 재소환하는 등 공여자들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귀국한 송 전 대표를 출국금지했다.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던 송 전 대표는 애초 7월에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돈봉투 의혹이 확산하자 조기 귀국했다. 검찰은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송 전 대표를 고발한 건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했다. 송 전 대표 신분은 피의자로 전환됐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캠프 관계자들이 당내 인사들에게 돈봉투를 뿌린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 회장,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돈봉투 조성과 전달 과정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송 전 대표 캠프 소속이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직접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음파일’에 송 전 대표와의 관련성이 여러 차례 언급됐고, 9400만원에 이르는 돈봉투 살포 목적이 송 전 대표 당선이었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당분간 공여자 보강 수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 회장도 이날 다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조만간 구속영장이 재청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돈봉투 전달에 관여한 이들의 혐의를 먼저 다진 뒤 의혹의 종착지인 송 전 대표와 돈봉투 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 송 전 대표 측은 이르면 26일 검찰에 자진 출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뜻을 밝혔지만, 검찰은 “필요한 시기가 되면 소환을 통보할 예정이니 그때 협조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돈봉투 의혹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오래된 관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수사 대상 금액이 1인당 50만원, 300만원 정도로 밥값이나 ‘거마비’ 수준이라는 것이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최근 한 라디오에 나와 “국회의원이 300만원 때문에 당대표 후보 지지를 바꾸거나 이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발언했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적은 액수라도 선거와 관련돼 오갔다면 엄벌에 처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한다. ‘2008년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에서도 법원은 실비 지원 차원의 오랜 관행이었다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측의 변명을 완전히 배척했다. 1심 재판부는 “당내 경선 등 같은 당 내부 행사라고 해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걸 보장하기 위해 정당법 조항이 신설된 것”이라며 “(돈봉투 살포와 같은) 이러한 범행은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당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