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대사, 시진핑에 “연내 방한 기대” 尹 메시지 전달

입력 2023-04-26 04:03

윤석열 대통령이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한국 방문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시 주석이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25일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정 대사는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통해 한·중 간 고위급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대사는 또 시 주석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각별한 안부를 전하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정 대사의 부임을 환영하면서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대사관이 밝혔다.

한·중은 최근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대만 문제는 국제 문제’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양국 사이에 냉기가 흐르는 와중에 윤 대통령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기대한다고 밝힌 건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시 주석 방한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7월 시 주석이 한국을 국빈방문한 뒤로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5번 방문(다자회의 포함)했기 때문에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이 방한할 차례라는 게 윤석열정부 입장이다.

신임장은 특정인을 외교 사절로 파견하는 취지와 그 사람의 신분을 상대국에 알리는 문서로 통상 각국 대사는 부임 직후 주재국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뒤 활동을 시작한다. 이어 주재국 정상에게 신임장 원본을 제출하는데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 때문에 절차가 늦어졌다. 이날 정 대사를 비롯해 니컬러스 번스 미국대사 등 70개국 외교 사절이 단체로 시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는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글로벌타임스는 “한·미가 중국을 공동 억제하는 새로운 합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중국의 핵심이익인 대만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협력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익을 우선시하는 지도자라면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을 제한하라는 미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