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테라는 처음부터 허구”… ‘권도형 동업자’ 신현성 기소

입력 2023-04-26 04:04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3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산 가상화폐(코인)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공동 설립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권도형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혀 현지에 구금돼 있다. 약 11개월간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은 이들이 ‘테라 프로젝트’가 애초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추진해 천문학적 피해를 냈다고 결론 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신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테라 프로젝트 연루 임직원 8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신 전 대표 등은 허위로 테라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코인 수요와 거래량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전 세계 투자자를 속여 4629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3769억원을 상습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테라페이’를 간편결제 수단으로 도입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38억원의 불법이익을 취득한 유모 전 티몬 대표도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법적 규제로 인해 테라 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고, 가격 고정 알고리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허구”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다만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말 청구했던 신씨 구속영장이 두 번 모두 기각되는 등 앞으로도 양측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돼 있다.

테라 프로젝트 사업의 핵심은 시장원리에 따라 테라 코인을 1달러에 고정(페깅)해 현실경제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테라 코인을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테라 코인 시장 규모가 거래 조작으로 가격고정 가능한 범위를 초과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루나 코인이 폭락해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신 전 대표 측은 검찰 기소 직후 입장문을 내고 “신 전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2년 전 퇴사해 폭락 사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권 대표가 단독으로 테라폼랩스를 운영하면서 추진한 앵커 프로토콜 사업 등이 폭락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의혹의 중심인 권 대표는 해외 도피 11개월 만인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지난 20일 몬테네그로가 여권 위조 혐의로 권 대표를 기소하면서 국내 송환이 늦춰지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