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소비 덕에… 1분기 성장률 간신히 0.3%

입력 2023-04-26 04:04

1분기 한국 경제가 0.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민간 소비가 회복한 덕에 가까스로 역성장을 면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즉각 나타나지 않으면서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태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직전 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1분기 성장을 이끈 건 민간 소비였다. 민간 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0.3% 포인트로, 전 분기 대비 0.6% 포인트 상승했다. 민간 소비는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5%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대면 활동이 늘어난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1% 포인트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수출 기여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1998년 2분기부터 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1분기 순수출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0.5% 포인트)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

수출은 반도체 부진 속에서 자동차 등 운송장비와 2차전지, 화학제품 등 정보기술(IT) 이외의 수출과 제조업 생산 개선으로 3.8% 증가했다. 수입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5% 늘었다. 건설 투자는 건물 건설이 늘면서 0.2% 증가한 반면 설비 투자는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 감소로 4.0% 줄었다.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분기(-1.3%) 2분기(-3.0%)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0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는 9개 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4분기(-0.4%)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앞으로의 경기는 수출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IT 부진이 얼마나 지속될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경제 성적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로선 한은이 1.6%로 잡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공산이 크다.

신 국장은 “IT 경기 회복 시점의 불확실성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의 지연 등으로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4%로 내다봤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