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를 쳐 숨지게 하면 최고 징역 15년이 선고된다. 사망사고 후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하면 징역 26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스쿨존 교통사고 및 음주·무면허운전 양형기준이 신설된 데 따른 것이다. 연이은 어린이 사망사고로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관련 범행에 대한 명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스쿨존 어린이 치사상, 음주운전, 음주측정 거부, 무면허 운전 등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신설을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오는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새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스쿨존 교통범죄의 경우 다친 정도가 가벼우면 벌금 300만~1500만원에 처해진다. 중상해나 난폭운전, 동종누범 등의 가중처벌 인자가 있다면 징역 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어린이 사망 시에는 징역 1년6개월에서 8년까지 선고된다.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양형기준이 신설됐다. 0.08%, 0.2%를 기준으로 형량이 올라간다. 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은 3회 이상 벌금형이나 5년 내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징역 4년까지 선고된다. 가중처벌 인자가 있을 경우 음주측정 거부는 징역 1년6개월~4년, 무면허운전은 징역 6~10개월에 처해진다.
스쿨존에서 알코올농도 0.2% 이상의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2개 범죄가 경합해 최대 징역 10년6개월이 선고될 수 있는 것이다. 피해 어린이 사망 시 징역 15년까지 가능하다.
음주 뺑소니는 양형기준이 강화됐다. 치상 후 도주는 징역 1~5년에서 2~6년으로, 치사 후 도주는 4~8년에서 5~10년으로 올랐다.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할 시 기존 5~10년에서 6~12년으로 상향됐다. 스쿨존 만취운전 사고로 숨진 아이를 두고 도주할 경우 3개 범죄가 경합해 최대 징역 23년, 시신을 유기한 뒤 도주하면 징역 26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양형기준 정비는 음주사고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거세진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 초등학교 인근에서 하교하던 이동원(당시 9세)군이 음주 차량에 치여 숨졌고, 지난 8일 대전에선 만취한 60대가 몰던 차가 배승아(9)양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설된 교통범죄 양형기준은 실제 사례로 조사된 것들보다 규범적으로 높여 기준을 정했다”며 “국민 법감정을 반영해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