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공인중개사들이 적극 가담한 탓에 그 피해가 더 컸다. 이들은 문제가 있는 집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세입자들을 안심시켰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대신 책임을 지겠다는 이행보증서까지 작성했다. 이들은 빌라 사기꾼에게 월급 200만~500만원과 함께 성과급을 받으며 세입자를 끌어모았다. 경기도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 900여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두고 사기 행각을 벌인 또 다른 사건에는 공인중개사 300여명이 개입됐다. 모르는 사람과 집을 계약할 때 세입자 입장에서 믿을 사람은 공인중개사뿐이다. 이번 사건의 주된 피해자들은 신혼부부, 청년 등 집 계약 경험이 거의 없는 사회 초년병들이다.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들을 강력히 처벌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지난해 인천에서 허위매물로 행정처분을 받은 공인중개사는 453명이지만 자격이 취소된 이는 한 명도 없다. 현행법상 자격 취소 요건은 직무위반으로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에 대해 자격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서둘러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중개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피해 배상금이 한정돼 있는 것도 맹점이다. 계약을 하면 세입자는 2억원 한도의 부동산 공제증서를 받는다. 2억원은 계약별 한도가 아닌 1년간 한 중개업소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의 총 합계액이다. 이번처럼 한 지역에서만 전세사기 피해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경우 소송 비용을 감안하면 실익이 없다.
중개인이 주택의 중요 정보를 알리지 않아 세입자가 피해를 본 경우 고지의무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임차인이 중개인의 고의·과실을 입증해야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기 행각을 벌이는 공인중개사를 일벌백계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