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26일 정상회담에서 미국 핵전력의 공동기획과 실행에 대한 세부 계획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명문화가 이뤄진다면 한·미 훈련도 기존의 미사일 방어 위주 훈련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훈련으로 완전히 바뀔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한·미가 하는 미사일 방어 훈련이나 대잠수함전 훈련 등은 모두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며 “미국 핵을 투하하는 데 한국이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는 작전 개념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예컨대 미국 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가 핵투하 훈련을 할 때 한국과 같이하게 되고, 미국 핵무기 사용 작전 수립 및 수행에서 한국이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다루는 훈련과 핵무기를 다루지 않으면서 미사일을 방어하는 훈련은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핵전력 공동기획·실행이 명문화되면 한·미·일 간 훈련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북핵 대응 훈련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전계획에도 핵전력 공동기획 내용이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미의 핵전력 공동기획과 관련해선 이미 각종 방안이 상당 수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을 쏘면 미국의 어떤 핵무기로 어떻게 대응할지 등의 시나리오가 많이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양측이 높은 수준에서 충분히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전력 공동기획·실행이 명문화되면 확장억제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보다 제도화되고, 확장억제의 보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데 따른 리스크 없이 현재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 실장은 “확장억제 신뢰성 제고에 있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물리적 차원에서 작전을 변화시켜 확장억제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핵전력 공동기획이 물리적 차원의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