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한 평일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 무한리필 샤브샤브 가게. 40여개 테이블에 손님이 거의 가득 차 있었지만 서빙하는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점주는 “테이블마다 미니키오스크를 설치하면서 가장 바쁜 점심, 저녁 시간 아르바이트생을 2~3명 줄였다”며 “직원이 주문받으러 두세 번 오갈 필요 없이 바로 음식을 갖다 줄 수 있어 간편하다”고 말했다. 미니 키오스크(테이블 오더)로 서빙 효율을 높인 것이다.
강남구 역삼역 인근 한 파스타집도 얼마 전 미니 키오스크 14대를 설치했다. 점주는 “1대당 월 1만3200원으로 한 달에 18만4800원만 지불하면 되니까 아르바이트생 고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인건비를 대폭 줄인 경우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하모(45)씨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미니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하씨는 “일이 수월해져서 당분간 아르바이트생을 뽑지 않고 가족끼리 운영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고물가, 인건비 인상에 지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대신 매장에 디지털 기기를 적극 들여놓고 있다. 전기·가스료 등 공과금과 최저임금 등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나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에게 키오스크와 같은 스마트 기기는 고정비 지출 감소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5일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1인 자영업자 수’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2022년 426만7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48.7%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 부담이 커져서 1인 자영업자 수도 늘 수밖에 없다”며 “내년도 최저임금도 올해보다 더 올라 1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니까 부담감이 참 크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키오스크 설치를 문의하거나 후기를 묻는 게시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손님이 앉은 자리에서 직접 주문하는 ‘테이블 오더’가 관심사다. 장단점과 설치 후기를 공유하거나 업체별로 가격을 비교하는 문의 글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수요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지원’ 정책을 통해 점포의 스마트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비대면 결제 키오스크, 테이블오더부터 서빙로봇까지 다양하며 정부가 공급가액의 70%,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소상공인이 가장 많이 요구한 기술은 키오스크(29%), 사이니지(27%), 테이블오더(10%)로 집계됐다. 2020년 4025개 상점이, 2021년에는 9160개 상점이 소진공으로부터 각각 지원을 받았다. 소진공 관계자는 “당초 단체 소속 소상공인 위주로 신청받았는데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 같아 지난해부터는 개별 소상공인들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인 점주를 비롯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신청 중”이라고 말했다.
조정한 기자 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