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을 거름 삼아 화합의 꽃 피우다

입력 2023-04-25 03:02
은퇴하는 장영철(오른쪽 두 번째) 목사 부부가 23일 인천 강화군 강화중앙교회에서 열린 이취임식 감사예배에서 취임하는 김상겸(왼쪽 두 번째) 목사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강화중앙교회에서는 특별한 ‘목사 이취임식’이 열렸다. 과거 세습 갈등과 분열의 아픔을 딛고, 바통을 교환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23일 강화중앙교회에서는 지난 13년간 시무해 온 장영철(68) 목사가 조기 은퇴하고 김상겸(52) 목사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장 목사가 은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2년을 더 시무할 수 있었지만 후배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조기 은퇴를 결심했다.

이후 김 목사가 취임하기까지 8개월여 기간 동안 까다로운 청빙 절차가 진행됐다. 우선 당회를 통해 3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담임목사 청빙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전체회의 10여 차례와 임원회의 20여 차례 등을 거쳐 후임 목사 심사일정·방법이 결정됐다. 수십 명에 달하는 후보자는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심사, 3차 영상설교 심사를 받았다. 최종적으로 전 교인 투표까지 이뤄졌다.

김 목사는 모든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강화중앙교회 교인들과 함께 하나님이 예비하신 복음의 레이스 출발선에 섰다”며 “예수 그리스도라는 푯대만을 보며 달려가겠다. 더 넓은 가슴으로 교인을 끌어안고 강화 땅에 복음의 새역사를 펼쳐나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물러나는 장 목사는 퇴임사에서 “성도들의 사랑에 힘입어 여기까지 지내왔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담임목사 교체가 아무런 잡음 없이 평화롭게 끝나기를 기도했다. 기도 응답을 받은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화중앙교회가 지나치리만치 엄격한 청빙 절차를 진행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의 아픔에 대한 반면교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1994년과 2010년 담임목사 은퇴 시기에 교회는 세습 문제로 큰 갈등을 겪었다. 세습을 옹호하는 상당수 교인이 떨어져 나가면서 교회가 갈라지기도 했다.

김홍탁 강화중앙교회 권사는 “아픔을 겪은 후 남아있는 교인들의 진심어린 반성과 자정 노력이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처음으로 공개청빙 제도가 정착됐고 장영철 목사가 취임할 수 있었다”며 “이후 더욱 엄격한 절차가 마련돼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