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무 살이었다. 다니던 대학 근처에 개척하신 목사님을 돕는 사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목양 현장을 달려왔다. 부교역자부터 교회 개척과 3개의 단체 설립, 대형교회 목회를 거쳐 순회 선교도 경험했다. 많은 사역자가 고민하는 진정한 영성을 소유한 목사는 누구일까. 단언컨대 나는 행복한 목사다.
목회는 힘들다. 개척은 가장 힘들다. 개척은 생활 보장도 안 된다. 이중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막막하다. 그러다 마음이 비뚤어지면 세상이 다 원망스럽고 큰 교회 목사들은 모두 타락했으며 기존 교회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노력해도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는 개척 현장에서 오늘도 행복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기적이 필요한 일이다.
사실 나도 순회 선교를 할 때까지 행복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죽도록 충성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형교회 사임 후 하나님께서는 4년간 수많은 선교지를 다니게 하셨다. 거기서 선교사님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알게 됐고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기적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 사역의 과정은 아주 달랐다.
어느 선교사님은 만날 때마다 어려움을 쏟아내며 자신이 있는 나라와 국민을 비난했다. 피곤과 가슴앓이가 쌓여서 흘러나온 아픔들이었다. 그런데 선교사님들 중 많은 분들은 정말 자신이 있는 나라를 사랑하셨다. 너무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항상 한국서 목회하는 분들이 더 어렵지, 자신들은 너무 좋다고 했다. 대체로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의 사역은 건강했고 열매가 충만했다. 절대로 더 좋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아니었다.
여기서 큰 깨달음이 있었다. 행복한 목사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교는 힘을 주고 행복을 나눈다. 목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부정적 언어가 나오면서 성도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없다. 목사가 행복해야 힘이 나는 공동체를 세울 수 있다. 개척교회 목사에게 가장 힘든 숙제는 ‘행복하라’는 것이다.
물론 아픔 없는 인생은 없다. 목사는 사람들의 반복되는 배신과 상처 속에 견디기 힘들다. 열정 하나로 교회를 시작하고 애써 사역하지만 교회는 자리를 못 잡고, 또 몇 안 되는 성도마저 흔들릴 때 당연히 자괴감이 든다.
부산 서쪽 끝자락에 교회를 개척해 목회하는 아우들이 있다. 그들은 항상 4명 정도 자주 만나고 의논하고 또 집회도 함께한다. 개척에서 가장 큰 적은 고립이다. 적극 연합하자. 주위에 교회를 개척하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목사나 나와 잘 맞는 친구 목사를 찾아 함께하자.
연합해서 집회를 하면 적은 숫자가 모여도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도 각 교회 담임목사가 나름의 목회를 펼치면서 라이트하우스의 다섯 가지 가치와 공동체 고백에서 힘을 얻는다. 선교와 긍휼 사역을 함께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작은 교회가 할 수 없는 사역도 연합하면 가능해진다.
목사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 잃었던 행복을 찾아야 한다. 기존 교회를 비난한다고 절대 부흥하지 않는다. 생명의 말씀은 그 말씀으로 살아나 기쁜 마음으로 전하는 목사에게 나온다. 만족하기란 쉽지 않다. 맨땅에 개척했을 때는 20명만 나오면 만족할 것 같다. 기존 교회 목회자도 어려움 속에서 사역한다. 자신만의 사역에 감사할 점을 찾지 않으면 비뚤어진다. 비뚤어진 목사는 불행하다.
목회자를 비난하고 타교회와 그 사역을 부정하면 본질적인 사역이 아닌 다른 것에 빠지게 된다. 개척교회 목사로서 장점을 찾아 감사하고 누리라. 당회가 어려운 교회가 얼마나 목회의 진을 빠지게 하는 줄 아는가. 개척교회는 당회가 없다. 기존 성도들이 주인 행세하는 교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개척교회는 그런 사람이 없다. 있다 해도 개척 목사는 해결할 수 있다.
좋은 점을 극대화하고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개척의 길은 하루하루 사는 것이다.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오늘 하루, 즐겁게 살아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영성이 아닐까.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이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