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거래소는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으며 두터운 팬덤을 확보한 박순혁(사진) 금양 홍보이사가 유튜브를 통해 경영 계획을 밝힌 것이 공시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금양은 발포제 생산과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화학기업이다. 발포제는 합성수지나 고무 등에 첨가되는 화공약품이다. 금양은 2차전지 관련 매출이 없지만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178.89% 올랐다. 금양의 시가총액은 23일 현재 3조7965억원으로 GS나 호텔신라, 한진칼보다 높은 수준이다.
박 이사는 이달 초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금양의 1700억원어치 자사주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장내 매도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교환사채(EB)발행 등을 매각 방법으로 언급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회사 임원이 공시에 해당하는 사항들을 특정 방송 시청자를 대상으로 말하는 것은 제도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상장사 기업설명(IR) 담당 임원은 박 이사 발언에 대해 “자사주 처분과 증자는 이사회 결의사항이고 공시사항”이라며 “거래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회공시는 기업 관련 소문이 있거나 주가 급변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가 확인을 요청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광풍’이 이미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와 사실상 관련 없는 일부 기업은 이에 편승한 듯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는 무관하게 사업목적에 2차전지를 추가하며 주가를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기업들도 있다.
2차전지 과열 양상이 조만간 급랭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투자 행렬에서 소외되는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섣부른 선택을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나 혼자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에 따른 매수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김준희 김혜지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