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일본을 다시 포함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한 지 3년7개월여 만이다. 이는 일본 정부보다 앞선 조치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포함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24일 관보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허가 심사 기간이 단축되고 제출 서류도 간소화된다. 지난달 23일 정부는 관련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는 등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일본은 아직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국은 수출입 고시로 화이트리스트 국가를 복원할 수 있지만, 일본은 범정부 협의인 각의(한국의 국무회의격)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정령을 개정하는 데는 보통 2개월가량 걸린다.
한·일 양국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직후부터 수출 규제로 분쟁을 이어왔다.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단행했고,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자국의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한국 정부도 맞불을 놨다. 한국은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제소했다. 또 일본을 한국 측 화이트리스트인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정상회담 직후 일본은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했고, 한국은 WTO 제소를 철회했다. 화이트리스트 상호 복원은 한·일 관계를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전으로 되돌리는 마지막 단계로 해석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나서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먼저 나서는 것이 실리적 측면에서 얻을 게 더 많다고 판단해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조속한 복원에 합의한 이상 누가 먼저 배제했고 누가 먼저 복원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지엽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화이트리스트의 선제적인 복원은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적절하다”며 “우리가 제도를 개선하면 일본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명분이 있고, 우리 기업은 수출 허가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실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수출 규제는 강화된다. 정부는 무기로 쓰일 가능성이 큰 물자에 대해 정부 허가가 있어야 하는 ‘상황 허가’ 품목을 57개에서 798개로 늘리기로 했다. 산업·건설 기계와 철강·화학제품, 5만 달러를 초과하는 완성차와 반도체·양자컴퓨터 부품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상황 허가 품목이 제3국을 우회해 러시아나 벨라루스로 유입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