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속여도 ‘쥐꼬리’ 벌점에 과태료… 올해 불성실공시 기업 대폭 증가 전망

입력 2023-04-24 04:07

2차전지주 과열 현상과 맞물려 유튜브 전문가들의 ‘도 넘은’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시 위반 및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땅히 알려야 할 주요 경영 사항을 제때 공시하지 않거나 번복해도 관련자보다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불성실공시법인지정’ 또는 ‘불성실공시법인지정예고’ 공시 건수는 올 들어서만 벌써 8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5건) 대비 30건(54.5%)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175건이었던 불성실공시지정 및 예고건수는 올해 2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불성실공시 유형은 크게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으로 구분된다. 거래소는 사유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는데 코스피는 10점, 코스닥은 8점 이상일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지정일 당일 1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한다. 1년 이내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한다.

불성실공시를 사유별로 보면 공시불이행과 공시번복이 대부분이다.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 에이티세미콘은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을 3번이나 철회하는 등 7건의 공시번복과 1건의 공시불이행이 확인됐다. 투자자들을 8번이나 속인 셈이지만 제재 수위는 벌점 14.5점과 공시위반제재금 4800만원에 그쳤다.

코스피 상장사 대웅제약과 대웅은 메디톡스와의 소송가액이 기존 11억원에서 501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는데 이를 공시하지 않아 각각 벌점 4점과 2점을 받았다. 공시불이행이 밝혀지며 대웅제약 주가는 닷새간 20% 급락했다. 공시불이행 기간에 대웅제약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는 단기간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전문가들은 불성실공시법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이나 제재에 대한 부담이 큰 반면 국내에서는 ‘벌금만 내면 되지 않냐’는 생각에 불성실공시법인이 늘고 있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거래소에서 심각하게 볼 문제”라고 말했다.

제재금 역시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벌점이 5점 이상일 경우 1점당 1000만원의 공시위반제재금을 부과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성실공시를 했을 때 얻는 기업의 이익이 예상되는 과태료보다 높다”면서 “불성실공시법인이 됐을 때 더 큰 손해가 있어야 이 문제가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희 이광수 김혜지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