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날아가요”… 2차전지만 걸치면 상한가, 과열 경보

입력 2023-04-24 00:01
사진=연합뉴스

‘2차전지 광풍’은 이상급등 현상과 ‘묻지마 식’ 투자 열기가 맞물리면서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주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본업과는 무관해도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추가하며 주가 부양에 나선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일부 2차전지 관련주를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이 이미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정치 테마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 사업에 2차전지를 추가한 기업은 16곳이나 된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2차전지 관련 소재 개발 신사업을 신규사업 목적에 추가한 자이글이 대표적이다. 자이글 주가는 최근 한 달간 75.06% 뛰었고, 올 들어서만 302.75% 급등했다. 같은 달 2차전지 소재 제조, 판매업 등을 새로 추가한 중앙디앤엠 역시 관련 공시 후 한 달 만에 53.26%나 올랐다. 최근 10년간 박스권에 머물던 테라사이언스도 지난 13일 2차전지, 리튬 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시하자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주력 사업은 2차전지와는 거리가 멀다. 자이글은 주로 가정용 그릴을 만드는 기업이다. 테라사이언스 역시 건설 중장비나 농업용 기계 등에 사용되는 고압용 유압 관이음쇠 생산·판매가 주력 사업이고, 중앙디앤엠은 통신장비업체다. 실적이나 사업 구체성과는 무관하게 사업목적에 2차전지를 추가하자 주가가 급등한 셈이다.

이런 이상 현상은 이미 많이 오른 2차전지 종목을 벗어나 새로운 2차전지 관련 종목을 찾으려는 일부 투자자의 수요와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상장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2차전지 산업 기대로 주가가 급등한 에코프로(상승률 421%), 에코프로비엠(191%), 포스코홀딩스(45.59%), 포스코퓨처엠(98.17%) 등의 상승 흐름에 편승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 들어 거래소가 과열 우려로 지정한 투자위험 3종목 모두 2차전지 관련 기업이었다. 투자위험종목은 거래소가 내리는 시장경보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투자위험종목으로 최초 지정되거나 지정 후에도 추가로 주가가 오르면 1거래일간 매매가 정지된다. 자이글 등 투자위험종목에 지정된 종목 모두 각각 1거래일 거래가 정지됐다. 특히 올 들어 1045.37%나 주가가 뛴 알에프세미는 투자위험종목이 지정된 지난 11일 이후 주가가 한 차례 더 급등하면서 지난 20일 또 한 번 거래가 정지됐다.

시장에서는 과열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뒤늦게 시장에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이 올려놓은 2차전지 관련주들이 5월 조정의 타깃이 될 것”이라며 “연초 이후 상승폭이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하락폭도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지 김준희 이광수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