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면서 밥값도 동반상승했다. 1만원으로 점심을 먹는 시대가 지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물가 시대에 조리복을 입고 식당 문을 연 목사들이 있다.
다른 식당들이 밥값 인상할 때 이들 식당은 단돈 3000원의 밥값을 고집했다. 따뜻한 밥 한끼로 사람을 살리겠다는 게 이유였다. 밥 한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던 청년은 삶을 회복했고 교회를 떠났던 이는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서울 송파구 따뜻한밥상(따밥)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3000원에 제공한다. 밥은 무제한으로 퍼먹을 수 있다. 콩나물도 밑반찬으로 나온다.
서울 마포구 삶천식당에선 제육볶음이 3000원이다. 같은 돈이면 짜장밥도 사 먹을 수 있다. 500원을 추가하면 음식은 곱빼기로 나온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직장인 평균 점심값은 직전해 같은 기간보다 33.9%(약 3000원) 오른 1만2285원이다. 평균 점심값의 4분의 1 수준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두 식당의 사장은 모두 목사다.
따밥 송파점 사장인 하상욱 목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마 14:16)는 말씀에 의지해 따밥 문을 열었다”며 “나그네와 고아, 과부를 섬기는 예수님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겠다”고 전했다.
삶천식당 사장인 김성호 목사는 이웃을 섬길 방법을 궁리하다 밥을 떠올렸다. 김 목사는 “목사로서 지역사회 공공선에 기여하고 싶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식당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가게를 이어가기 위해 사역비를 털기도 한다.
하 목사는 “2021년 11월 오픈했을 땐 김치찌개 한 그릇 팔 때마다 200원 정도 남았는데 지금은 물가가 올라 적자를 본다”며 “월세 110만원은 사례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값에 손을 댈 법도 한데 식당을 연 이후 밥값을 1원도 올리지 않았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만든 3000원짜리 밥은 손님에게 영적 양식이 됐다. 김 목사는 “손님 두 명이 교회 새신자로 등록했다”고 했고 하 목사는 “식사를 나누며 친해진 손님 세 명이 가나안성도였다. 신앙 상담 이후 이들 모두 교회에 다니게 됐다”고 기뻐했다.
밥의 힘도 경험했다. 하 목사는 “따밥에서 만난 한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고 했다가 상담한 뒤 ‘열심히 살고 싶다’며 삶의 동력을 찾았다”고 전했다. 손님이 후원자 봉사자가 되기도 한다. 하 목사는 “라면 사리, 쌀, 계란을 후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찌개를 만들고 청소해주는 자원봉사자도 있다”며 “따밥 식당을 연 사람은 나지만 운영하는 건 후원자와 봉사자”라며 “이들이 있는 한 앞으로 찌개값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음식값을 두 배로 내거나 쿠폰 형태로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을 기부하기도 한다”고 했다.
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