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요리하는 ‘3000원 식당’… 삶 포기하려던 20대에 희망

입력 2023-04-24 03:01
서울 마포구 삶천식당에선 제육볶음이 3000원이다. 아래 사진은 서울 송파구 따뜻한밥상에서 손님들이 3000원을 내고 김치찌개를 먹는 모습. 삶천식당 제공

물가가 오르면서 밥값도 동반상승했다. 1만원으로 점심을 먹는 시대가 지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물가 시대에 조리복을 입고 식당 문을 연 목사들이 있다.

다른 식당들이 밥값 인상할 때 이들 식당은 단돈 3000원의 밥값을 고집했다. 따뜻한 밥 한끼로 사람을 살리겠다는 게 이유였다. 밥 한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던 청년은 삶을 회복했고 교회를 떠났던 이는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서울 송파구 따뜻한밥상(따밥)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3000원에 제공한다. 밥은 무제한으로 퍼먹을 수 있다. 콩나물도 밑반찬으로 나온다.

서울 마포구 삶천식당에선 제육볶음이 3000원이다. 같은 돈이면 짜장밥도 사 먹을 수 있다. 500원을 추가하면 음식은 곱빼기로 나온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직장인 평균 점심값은 직전해 같은 기간보다 33.9%(약 3000원) 오른 1만2285원이다. 평균 점심값의 4분의 1 수준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두 식당의 사장은 모두 목사다.

따밥 송파점 사장인 하상욱 목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마 14:16)는 말씀에 의지해 따밥 문을 열었다”며 “나그네와 고아, 과부를 섬기는 예수님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겠다”고 전했다.

삶천식당 사장인 김성호 목사는 이웃을 섬길 방법을 궁리하다 밥을 떠올렸다. 김 목사는 “목사로서 지역사회 공공선에 기여하고 싶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식당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가게를 이어가기 위해 사역비를 털기도 한다.

하 목사는 “2021년 11월 오픈했을 땐 김치찌개 한 그릇 팔 때마다 200원 정도 남았는데 지금은 물가가 올라 적자를 본다”며 “월세 110만원은 사례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값에 손을 댈 법도 한데 식당을 연 이후 밥값을 1원도 올리지 않았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만든 3000원짜리 밥은 손님에게 영적 양식이 됐다. 김 목사는 “손님 두 명이 교회 새신자로 등록했다”고 했고 하 목사는 “식사를 나누며 친해진 손님 세 명이 가나안성도였다. 신앙 상담 이후 이들 모두 교회에 다니게 됐다”고 기뻐했다.

밥의 힘도 경험했다. 하 목사는 “따밥에서 만난 한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고 했다가 상담한 뒤 ‘열심히 살고 싶다’며 삶의 동력을 찾았다”고 전했다. 손님이 후원자 봉사자가 되기도 한다. 하 목사는 “라면 사리, 쌀, 계란을 후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찌개를 만들고 청소해주는 자원봉사자도 있다”며 “따밥 식당을 연 사람은 나지만 운영하는 건 후원자와 봉사자”라며 “이들이 있는 한 앞으로 찌개값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음식값을 두 배로 내거나 쿠폰 형태로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을 기부하기도 한다”고 했다.

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