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23일 당정협의를 갖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주택을 사들여 임차인에게 싸게 임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임차인이 낙찰받는다면 장기저리 융자도 지원하고 세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특별법이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지만 극한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세입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지는 마련됐다. 국회는 특별법이 즉시 발효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세사기 범죄를 막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일에 여야 간 이견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 처리를 합의한 만큼 이 문제는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가 근절될지는 의문이다. 이미 드러난 전세사기만 해도 인천뿐 아니라 경기도 화성과 구리, 부산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집주인의 고의든 과실이든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신고된 전세보증금 사고는 역대 최다인 7974건으로 직전 분기(2393건)의 3.3배 이상 늘어났다. 이러다 전세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세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라면 배후를 철저히 밝히고, 범죄수익을 환수해야 한다. 380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인천 건축왕’ 남모씨를 비호한 정치인들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남씨가 강원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는 망상1지구 사업자로 선정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 아파트 9000세대와 호텔, 리조트, 병원 등을 망라하는 6674억원 규모의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의 시행권을 남씨가 2017년 설립한 기업이 따냈는데 사업부지 5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시행사로 선정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수사기관은 사업자 선정 과정의 불법 여부를 밝히고 남씨의 은닉자산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