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860배 부풀리고도 감사 통과… 檢도 뒤늦게 기소

입력 2023-04-24 04:07

인천의 이른바 ‘건축왕’이 과거 따냈던 6600억원대 규모의 강원도 동해안 개발사업은 ‘실적이 부풀려진 허위서류’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사업시행자 심사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동해시가 허위서류 문제를 제기했지만, 강원도 감사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났다. 검찰 수사도 ‘혐의없음’에서 뒤늦게 ‘있음’으로 바뀌는 등 부실하긴 마찬가지였다.

인천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건축업자 A씨(61)는 2017년 8월 동해안경제자유구역청(동자청)을 찾아와 망상1지구 사업에 참여하겠다며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망상지구 개발은 2013년부터 추진된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역점사업이었다. 망상지구는 제1~3지구로 639만㎡에 이른다. 제1지구가 전체 면적의 87%를 차지한다. 망상동 340만㎡에 민자 6674억원을 들여 국제복합관광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A씨는 2017년 9월 동해시 망상동 178만㎡를 경매를 통해 143억원에 매입했다. 동자청은 2018년 11월 A씨를 망상1지구 사업 시행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나머지 사업부지 165만㎡를 매입하지 못하고 확보한 땅도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다.

그동안 동해시와 지역시민단체는 사업자 선정 특혜의혹을 제기해 왔다. A씨는 투자의향서에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B종합건설의 직원이 2521명, 총자산 1조2000억원, 총 사업매출 4조5000억원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론 직원 9명, 자본금 5억1000만원, 2019년 매출액은 24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을 1860배 부풀린 셈이다.

동해시는 의혹 해소를 위해 2020년 10월 강원도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감사를 했지만 시행자 지정과 자격요건 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23일 “총자산이 1조원에 달한다는 회사의 실체는 ‘깡통회사’였는데 도 감사는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사업자 선정부터 감사까지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투자의향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며 2021년 10월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망상지구 개발사업 선정 때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A씨를 기소하는 등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자청)에서 투자유치를 담당했던 공무원 2명이 동자청에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가 사업권을 따낸 과정도 석연치 않다. C씨와 D씨는 2016년 7월과 8월 동자청 투자유치본부장과 투자유치부장으로 각각 채용됐다. 이들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천시장 시절 인자청 투자유치본부장과 투자유치 팀장으로 일했다. 망상1지구 사업은 이들 2명이 주도해 추진됐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C씨는 지난해 4월 사망했고, D씨는 지난해 말 퇴임했다.

국민의힘은 사업자 선정과정에 야권 유력 정치인과 최 전 지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전 지사는 “동해안권 개발사업은 법이 정한 절차 등에 따라 진행됐다. 인천 전세사기 사건과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도는 망상1지구 사업시행자 선정에 대한 긴급감사를 하기로 했다. 김한수 도 기획조정실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가 어떻게 해당 사업을 맡을 수 있었는지 경위를 원점에서부터 짚겠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