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예수를 믿는 김수현씨에게 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서울 강남교회(고문산 목사)에서 장애인 부서를 담당하는 박승현 목사는 23일 장애인주일을 맞아 교회 본당에서 진행된 세례식에서 뇌병변과 지적 장애가 있는 김수현(42)씨에게 세례를 베풀며 이렇게 선포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김씨의 머리 위로 박 목사가 세 차례 뿌린 ‘세례수’가 흘러내렸다. 눈가에는 굵은 눈물이 맺혔지만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해 보였다. 김씨는 원래 자신의 전동의자에 앉아 세례를 받기로 했지만 세례 직전 불편한 몸을 움직여 바닥으로 내려왔다. 세례가 끝나자 김씨의 신앙고백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뇌병변 장애로 걷는 게 불편합니다. 말하는 것도 불편하고 배우고 기억하기도 어렵습니다. 잘 잊어버려요. 세례 교육은 제게 쉽지 않았습니다. 성경 내용을 기억하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제게 베풀어 주신 구원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힘쓰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세례문답까지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기억합니다. 저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신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사흘 만에 부활하시고 하늘에 오르셔서 저를 위해 일하시는 예수님께 감사합니다. 구원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김씨의 힘겨운 말투는 그가 고백하는 신앙의 깊이와 순수함 앞에서 전혀 흠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진정성이 교인들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예배당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교회는 김씨의 세례 외에도 6명의 정신 장애 교인을 대상으로 입교와 학습식을 진행했다. 입교는 유아세례를 받은 교인이 성인이 돼 세례를 확정하는 과정이며 학습은 유아세례를 받지 않은 교인이 세례를 받기 전 교육받는 걸 말한다. 교회가 정신 장애인에게 세례를 베푼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교회는 이번 세례를 위해 반년 이상 세례 대상자를 밀착 교육했다. 박 목사는 “일주일에 두 번 등교 전과 후 세례 대상자를 만나 차에서 간단히 예배를 드리고 신앙을 반복해 확인하며 신앙의 깊이를 더했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세례 대상자들이 신앙의 감격을 경험하는 걸 확인했고 오히려 목회자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애인을 위한 교회’라는 비전을 선포한 교회는 20세 이하 장애인 부서인 ‘사랑부’를 비롯해 20~35세 장애 청년을 위한 ‘다사랑청년부’, 35세 이상 장애인을 위한 ‘밀알부’ 등 세 개의 장애인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별로 나눠 장애인 부서를 운영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고문산 목사는 “장애인 사역을 하면서 장애 교인들의 현실적인 필요와 요구를 다양하게 알게 됐다”면서 “이런 요청에 따라 1년 전부터 정신 장애인을 위한 세례를 꼼꼼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