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퇴근 중 신호위반 교통사고… 법원 “산재 아니다”

입력 2023-04-24 04:04
뉴시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신호를 위반해 교통사고가 났다면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송각엽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지급 불승인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주유소에서 주유 관리 직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21년 5월 업무를 마치고 자전거로 퇴근했다. 그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교차로에서 정지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다가 우측에서 녹색 신호를 받고 직진하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그는 이 사고로 외상성 뇌출혈 등을 진단받았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평소처럼 퇴근하던 중 발생한 산재 사고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도로교통법상 신호 위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A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재차 기각됐다. 이후 법원에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부도 근로복지공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신호위반, 즉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지점의 도로 구조나 신호가 유달리 복잡하지 않았고, 당시 날씨가 신호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흐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차로 주변에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는데 A씨가 차로로 통행한 것 등을 고려할 때 중과실로 신호를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상대 차량이 전방주시를 제대로 안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