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의 힘!… 치매·인지 기능 개선에 효과

입력 2023-04-25 04:06

홍삼(사진)을 꾸준히 섭취하면 치매 및 인지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동물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향후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고령화 추세 속 급증하는 치매와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등의 예방·치료에 실용화 가능성이 기대된다.

최근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선 홍삼 산성 다당체와 알츠하이머병 개선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홍삼은 40여가지의 사포닌과 비사포닌 성분으로 구성된다. 산성 다당체는 비사포닌 성분의 대다수(60~70%)를 차지한다. 그간 홍삼 연구에서 주로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이 주목받아 왔으나 근래 산성 다당체의 효용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홍삼은 뇌두, 동체, 주근, 미삼으로 구성되는데 다당체는 동체와 주근에 주로 함유돼 있다. 사포닌은 미삼 부위에 풍부하다. 인삼을 찌고 말려 홍삼으로 만드는 과정에 산성 다당체가 8배 정도 많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건양대 치매과학연구소 문민호 교수팀은 KGC인삼공사 천연물효능연구소 이용욱 박사와 공동 연구로 홍삼 속 산성 다당체의 알츠하이머병 인지 기능 저하 억제와 치료 기전을 처음 규명했다.

2021년 국제학술지 ‘활성산소 생물학 및 의학’ 발표에 이은 후속 연구다. 당시 연구에서 산성 다당체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을 억제해 치매 유발 동물의 신경 염증, 미토콘드리아 대사 기능 장애, 성체신경 손상을 회복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번에 그 작용 메커니즘을 확인해 국제 학술지(Journal of Ginseng Research)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총 18마리 쥐를 3개 그룹(정상군, 알츠하이머병 유발 쥐, 알츠하이머병 유발 쥐에 홍삼 다당체 투여)으로 나누고 뇌 단백질 및 대사체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 유발 그룹에서 정상 쥐에 비해 감소한 단백질 70개, 증가한 단백질이 14개 발견됐으며 뇌 시냅스(신경세포 접합 부위)와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을 유도하는 단백질들의 변화가 홍삼 다당체 투여에 의해 정상군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문 교수는 “홍삼 다당체가 알츠하이머병의 다양한 증상에 효과적인 치료 후보 물질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추가 연구와 임상시험을 거쳐 유효성뿐 아니라 부작용 등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열린 고려인삼학회 학술대회에선 경희대 약대 류종훈 교수팀이 역시 동물실험을 통해 홍삼의 비사포닌 성분인 ‘파낙세놀D’가 뇌 시냅스 가소성(뇌세포 일부분이 죽더라도 다른 뇌세포가 그 기능 일부를 대신함)을 증가시키고 뇌의 염증 인자를 억제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발표했다.

또 삼육대 화학생명과학과 김미경 교수팀은 홍삼 섭취가 잦은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인지 장애(알코올성 치매)와 알코올중독 반응을 개선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홍삼을 섭취하면 알코올로 인한 신경 염증의 증가를 억제해 중독 반응과 공간작업 기억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립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허호진 교수팀은 홍삼 추출물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뇌 등 전신에 생기는 염증과 세포 독성 단백질을 억제함으로써 학습 및 기억력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