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베트남인, 목회자로 양성해 본국 파송”

입력 2023-04-24 03:04
장요나 선교사가 19일 제주도 오도길 비라카미선교신학교 회의실에서 학교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미 사무처장, 장 선교사, 원티투타오 교수, 이루웃 한국어학당 원장.

제주도 오도길 비라카미선교신학교 제주분교는 베트남 사람을 목회자로 양성하는 곳이다. 오는 9월 개교하는 이 학교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을 복음의 일꾼으로 세우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신학교 설립자이자 총장은 베트남에서 30년 이상 사역한 장요나(80) 선교사다.

지난 19일 회의실에서 만난 장 선교사는 “그동안 선교하면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번 신학교 설립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하나님은 결국 신학대 설립이 가능하도록 인도하셨다”고 말했다.

장 선교사는 1990년 복음의 불모지인 베트남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는 일에 투신했다. 그가 설립한 비라카미사랑의선교회는 교회 개척과 교육 의료 등의 사역을 펼치다 2000년부터 현지 목회자 양성에 나섰다. 베트남 호찌민에 비라카미선교신학대를 설립해 89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선교회는 졸업생을 통해 베트남 남부 지역에 320개 교회를 세웠다.

그러다 장 선교사는 우연한 기회에 제주에서 베트남 선교의 가능성을 봤다. 2020년 2월 코로나19 때문에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제주에 머물던 중 음식점에서 일하는 베트남인들을 만났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제주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가운데 베트남 북쪽 출신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 선교사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유학생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 7000여명의 베트남인이 거주하고 있다.

장 선교사는 “이곳에 신학교를 세워 이들을 목회자로 양성한 뒤 다시 본국으로 파송하는 신학교의 비전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그해 10월 제주대 인근 건물을 임대해 ‘신학교 설립 감사예배’까지 드렸으나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동역자의 배신으로 막대한 재정 손실을 봤다. 폐 염증으로 100일간 생사를 오간 시기도 있었다.

하나님은 낙담한 장 선교사에게 여러 과정을 통해 신학교 설립에 대한 비전을 불어넣으셨다. 베트남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신학교를 꿈꿨다.

장 선교사는 “신학교 설립에 필요한 재정이 부족했지만 동역자들의 헌신과 기도로 한 교회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예배하며 교육하는 공간이 됐다.

신학교 전경.

신학교는 지난 18~19일 ‘교수 워크숍’을 열고 학교 운영 및 전문적인 교육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신학교는 1회 입학생으로 60명을 모집할 예정이며 교수진은 20여명이다. 학장은 류정길 제주성안교회 목사, 부학장은 장 선교사의 제자이자 평택대 교양학부 교수인 원티투타오 목사다. 교수진을 포함한 모든 교직원은 월급을 받지 않고 학교 사역에 동참한다. 입학비는 무료다.

신학과 등을 개설할 예정이며 목회자 교육, 찬양 인도 등을 주제로 한 단기 교육과정도 준비 중이다. 베트남 사람들과의 접촉점을 넓히기 위해 한국어학당도 개설할 계획이다.

제주=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