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잘 훈련된 청년으로 키워 교회에 파송하는 게 목표

입력 2023-04-24 03:03 수정 2023-04-24 03:03
소재웅 목사가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변두리 학교에서 청소년연합교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청소년연합교회에서 만난 소재웅(40) 목사는 책상에 자신이 출판한 책 10여권을 쌓아놓고 노트에 글을 써내려가는데 여념이 없었다.

청소년연합교회(소재웅 목사)는 지난 2월 예장통합 서울 서북노회가 청소년들을 위해 세운 교회다. 다음세대 감소로 교회학교가 사라지는 교회가 늘어나면서 노회는 2021년 청소년연합교회 설립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2년간 교회 운영을 놓고 고심한 끝에 서북노회 소속 229개 교회가 각 교회의 청소년들을 이 연합교회로 파송하는 개념을 도입했다.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청소년들에게는 친구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눈높이 신앙훈련과 교제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교회 설립의 목적이었다.

세상과 연합하는 청년으로

청소년연합교회는 설립된 지 두 달밖에 안된 신생교회이기 때문에 교회 건물이 따로 없다. 대신 변두리교회(김혁 목사)가 운영하는 대안학교 ‘변두리 학교’를 매 주일마다 대여해 예배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특별한 규칙도 있다. 청소년들이 이 교회를 다닐 수 있는 기간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합쳐 최대 6년에 불과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이 교회 청년들은 본교회로 돌아간다. 본질적으로는 본교회로 파송하는 개념이다. 청소년 시기에 청소년연합교회에서 신앙 훈련을 받고 본교회로 돌아가선 교회를 섬기는 믿음의 청년으로 성장하기 위함이다.

소 목사는 과거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와 한소망교회(류영모 목사) 청소년·청년 사역자로 섬겼는데, 그때의 시간은 지금의 목회에 자양분이 됐다.

청소년연합교회의 목표는 양적성장과 거리가 멀다. 소 목사는 설교할 때도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인격적으로 교제하고 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온전히 키울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인다.

소 목사가 꿈꾸는 청소년연합교회의 비전은 간단명료하다. 청소년들이 ‘존재와 존재를 연결’하는 바른 청년으로 자라는 것이다. 그는 존재와 존재의 연결을 4가지로 정리했다. 청소년 본인과 하나님과의 관계, 친구·이웃과의 관계, 사회에서의 관계, 그리고 자신 스스로와의 관계다. 이 배경에는 소 목사가 놓친 과거의 아쉬움이 깃들어있다.

그는 “저는 교회 안에서만 잔치를 즐기는 청년이었다. 교회 밖 세상에는 관심이 적었다”며 “(연합교회) 청소년들은 교회를 뛰어넘어 사회에 진출해서도 그리스도의 역할을 잘 감당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쓰기, 위로의 씨앗이 되다

학교를 빌려 예배를 드리는 교회 특성상 십자가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모습.

이를 위해 소 목사는 매주 예배 후 학생들과 공동 기도문을 읽고 각자의 기도문을 작성한다. 학생들이 기도문을 작성하면서 하나님과 진솔한 소통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실 소 목사는 목사이면서 작가이기도 하다. 한때 기자를 꿈꾸던 언론학도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돌고 돌아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다. 치열하게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요한복음 6장 27절 말씀을 주셨다.

소 목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어서 언론고시를 준비했었지만, 진짜 소명은 다른 곳에 있었다”고 했다.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그도 2년 전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을 경험했다. 바로 어머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이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글쓰기를 통해 경험한 하나님의 위로였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전념했다.

글쓰기, 새로운 목회의 장을 열다

소 목사는 “목회가 지금보다 풍성하게 해석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행해지는 물리적 행위를 넘어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목회자가 가지고 있는 은사를 통해 영혼 구원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매주 월요일마다 화상으로 목회자들에게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6명 소수 정예로 6주간 운영되는 수업은 그의 재능나눔 시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교회와 학교 등 여러 곳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글쓰기가 하나님의 은혜를 복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면서 “글쓰기가 단지 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라 목회의 한 도구로 접목시키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과 같이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경험한 이들을 위한 치유의 글쓰기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 같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글쓰기는 작은 목소리를 줍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로 하나님 나라에 동참하고,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는 목회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고양=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