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을 두고 중국 외교부가 ‘말참견’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한·중 외교당국끼리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등 한·중 관계에 급격히 ‘냉기류’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20일 언론 공지를 통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우리 정상이 언급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저녁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장 차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무례한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임을 지적하고, 중국 측이 양국관계 발전에 불필요한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앞서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과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데 따른 반박이다.
‘말참견’ 표현은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사용한 것이다. 강한 어조로 상대방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이 말을 일국의 정상에게 쓴 것은 이례적이어서 한국 정부도 강한 어조로 맞받아친 셈이다.
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남북한 문제에 빗댄 대목에 대해서도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반발했다.
중국이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에는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방미가 임박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