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가 상정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달 23일 복지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됐다. 얼마 뒤인 지난 12일에는 기획재정위원회가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경제재정소위에 상정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두 법안의 주요 취지는 유사하다. 담배 사업자들에게 타르·니코틴 외에도 포름알데히드·벤조피렌 등 담배에 함유된 모든 유해성분을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맞춰 분석하고 공개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연초의 잎이 원료인 경우로 한정됐던 담배의 정의를 ‘연초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연초의 줄기·뿌리 등에서 추출한 액상 전자담배 같은 현행법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 법안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주관하는 법률과 부처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복지위안은 복지부와 식약처를 주무부처로 하는 새 법안으로 담배 규제를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기재위안은 기존에 기재부가 주관하던 담배사업법을 개정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번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기재부와 복지부가 다음 회기 전까지 합의를 마쳐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기에는 두 부처의 입장 차가 뚜렷하다.
복지부는 금연 정책과 직결되는 사안이니 자신들이 주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담배사업법과 유해성분 공개는 법의 목적이 다르다”며 “새 법안으로 이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는 지금도 담배 관리 법안이 이원화돼 있는데 또 새로운 법이 생기면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 일원화 측면에서 무엇이 효율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자칫 지난 20대 국회 때의 표류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9년에도 기재위와 복지위가 각자 담배 유해성분 공개 법안을 통과시켰고, 법사위에서도 해당 업무를 어느 부처 소관으로 할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임기 내내 법안을 계류시킨 ‘흑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1대 국회 들어서도 한동안 법안이 동력을 잃었다가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간만에 논의가 활성화됐다”며 “법사위까지 간 만큼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담배 업무를 관리해오던 두 부처의 갈등은 고질병으로 지목된다. 담배 세수와 운영상황 전반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기재부와 금연 추진이 최우선 과제인 복지부의 입장 차이가 알력 다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 규제를 강화하고 싶은 복지부와 세수가 신경 쓰이는 기재부 사이의 문제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