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금 살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강래구(58) 한국감사협회장의 과거 행적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1호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된 강 회장이 자금 조성·전달의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데는 20년 이상 정치권 주변에 머물며 유력 정치인들과의 인맥을 관리해 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 회장은 2017년 무렵부터 송영길 전 대표 측에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가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자 선거를 도왔고, 그해 11월 출범한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에서도 송 전 대표와 강 회장이 각각 위원장과 원외특위위원을 맡았다. 강 회장은 당시에도 대전 동구에서 총선 출마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그는 2019년 돌연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취임한다. 관련 경력이 없는 강 회장의 상임감사 인선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을 열심히 도운 강 회장을 추천하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강 회장은 19·20대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했고, 지방선거 때마다 그와 관련한 잡음이 있어서 21대 총선에서는 나설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 회장은 한때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기도 했다. 강 회장은 정동영 후보가 17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박 전 장관을 줄곧 지원했고, 박 전 장관은 19·20대 총선 당시 대전 동구에 출마한 그의 선거 유세를 지원했었다.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비대위원장이었던 박 전 장관은 첫인사에서 주위의 반대에도 강 회장을 조직부총장에 앉히기도 했다.
그러나 강 회장이 박 전 장관을 너무 내세우면서 두 사람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한다. 강 회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대전 지역에서 강 회장이 박 전 장관과의 인맥을 지나치게 과시했고, 부담을 느낀 박 전 장관이 강 회장을 멀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전 출신인 강 회장은 이정근(수감 중) 전 사무부총장이 여러 차례 출마했던 서울 서초구에서 기반을 닦기도 했다. 강 회장은 1998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한 뒤 2002년 반포우성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을 맡으며 나름의 조직을 구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때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2007년 정동영 대선 후보 선대위 총괄조직국장에 임명됐다는 말도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봉투에 총 9400만원의 ‘실탄’을 넣어 살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난 19일 정당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일단 구속영장 단계에서는 빠졌다. 구속 여부는 21일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검찰은 송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와 윤관석 의원 등 다른 공여자들도 조만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총장이 사용한 휴대전화 속 녹취파일이 중요한 증거 기록이고, 이를 통해 확인된 물적 증거가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를 향해 “민주당 측에서 신속·공정한 수사를 요청한 만큼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