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 중 1명이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담보권 실행일에 따라 보증금 기준이 달라지는 최우선변제 제도의 함정에 빠진 피해자들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0일 “431가구를 조사했더니 132가구(30.6%)가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대부분 건축왕 관련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세입자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최우선변제를 통해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최우선변제 기준인 보증금 상한액은 2∼3년 주기로 개정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꾸준히 올라간다.
하지만 개정에 따른 기준이 소급되진 않고 적용 시점을 담보권 실행일로 본다. 이는 이른바 ‘건축왕’으로 알려진 60대 건축업자 A씨와 관련된 전세사기 피해에선 허점이 됐다. A씨가 준공된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로운 주택을 늘려나가면서 소유 아파트·빌라에선 준공부터 담보권이 실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의 아파트 역시 2017년 준공부터 담보권이 실행됐다. 그가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 재계약한 2019년 9월의 최우선변제 기준은 1억3000만원이지만 실제 적용 기준은 담보권 실행 당시의 8000만원에 불과하다. 경매로 넘어간 집이 낙찰되더라도 B씨가 돌려받을 최우선변제금은 없다.
A씨의 공범으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최우선변제가 있다는 말만 듣고 담보권이 실행된 집을 전세계약한 피해자들도 있다. 피해자 B씨는 “근저당이 잡혀 있기에 공인중개사한테 물었더니 최악의 경우라도 보증금 40% 이상을 최우선변제 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담보권 실행일과 같은 얘기는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최우선변제 제도의 함정 속에 보증금 한 푼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경매유예 조치는 첫날부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미추홀구 피해주택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경매유예 공문을 보냈지만, 이날도 인천지법 경매법정에선 A씨 관련 전세사기 피해 오피스텔 4곳이 물건으로 나왔다.
경매가 예정됐던 피해 주택 28곳은 채권자의 요청으로 연기됐지만, 오피스텔 4채는 채권자의 연기 요청이 늦어져 그대로 경매가 진행됐다. 다만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돼 낙찰되진 않았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