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을 맺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으로 남북 관계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어 있지만 한국교회는 연합의 방식으로 통일선교를 준비하고 있다.
‘각개전투’하듯 선교하던 교단과 선교단체의 통일선교 관계자들이 통일선교 전략과 정책을 공유하며 일치된 선교 전략을 마련하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10개 교단이 연합한 한국교회통일선교교단협의회(한통협·회장 김종길 목사)는 20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통일선교 정책을 공유했다.
통일선교를 준비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연합 움직임은 10여년 전 시작됐다. 2010년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북사목)의 각 교단 통일선교 실무자들이 사역을 공유한 게 한통협의 효시다.
김종길 한통협 회장은 “정전 70주년을 맞은 오늘날까지 각 교단과 한국교회, 선교단체들은 기도로 통일을 준비했다. 통일의 때가 찼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쉽게도 통일선교를 위한 구체적 준비는 부족했다. 범교단 차원에서 연합과 협력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통협을 창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택 한통협 사무총장은 “그동안 각개전투처럼 진행된 통일선교가 하나로 모였다”며 “이제는 ‘한국교회’ 라는 이름 아래 통일선교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통협 서기인 정베드로 목사는 “복음의 문이 언제 갑자기 열릴지 모른다. 지금부터 미리 연합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선교를 함께할 수 있는 연합의 장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한통협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한국침례회, 예장 백석, 대한예수교장로회재건교회, 예장 통합 합동 합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예정) 등 10개 교단과 북사목, 북한기독교총연합회가 참여했다. 각 교단 통일선교 실무자는 매년 한통협 확대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모임에서 사역 현황을 공유하고 통일선교의 실무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법도 세울 예정이다.
한통협은 국내 교단과의 연합을 넘어 해외 한인교회 교단과의 연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통일 전문가들은 한통협 출범을 한국교회의 시대적 과업으로 해석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통일선교 구현에 있어 연합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며 “교세가 쪼그라든 만큼 교단 간 연합은 더 절실하다”고 짚었다.
한통협이 위계를 갖춘 조직보다 플랫폼으로 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직함에 연연하면 성도와 사회에 외면당한다”며 “한통협은 모든 기관과 단체가 소통하며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연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 후 이어진 감사예배에서 정성진 예장통합 통일선교대학원 이사장은 “30여년 전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독일이 통일을 맞이한 것처럼 한반도 통일도 도적같이 올 수 있다”며 “북한의 2370개 교회가 회복되고 남북이 얼싸안고 다시 사랑을 나눌 날을 위해 기도하자”고 메시지를 전했다.
교단 간 연합에 앞서 선교단체협의회와 한국교회 대표기구 리더들은 지난해 말부터 통일선교의 연합에 나섰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지난해 12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21개 북한선교 단체 관계자들과 ‘통일 이후 북한교회 재건 관련 한국교회 선교 전략 일치를 위한 원탁회의’ 1차 모임을 했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가 통일 후 교회 재건 등을 위한 일치된 선교 전략(매뉴얼)이 준비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의견을 나눴다.
KWMA는 지난 2월에도 2차 모임을 진행하며 연합의 불씨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합동 등 11개 교단, 한교총, KWMA 통일선교 관계자들이 참석해 통일 후 교회 재건 등을 위한 각 교단의 선교 전략을 공유했다.
강대흥 KWMA 사무총장은 “개교회주의가 강한 한국교회가 통일 후 어떤 모양으로 북한에 들어갈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원탁회의 1~2차 모임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통협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강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통일선교를 하는 일에 한 단체가 주도적으로 나설 때 잡음이 생길 수 있다”며 연합 활동을 강조한 뒤 “한통협의 실무 관계자들이 사역하려면 결국 교단의 지원이 필요하다. 주요 교단이 소속돼 있는 한교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선교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이현성 수습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