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교회가 동주민센터와 손잡고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를 발굴해 지원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려는 사역이 탄력을 받고 있다. 성공적인 사역을 해 온 교회들에 노하우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면서 민·관 협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일 이른 아침부터 모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지역 교회 목회자들은 ‘사회적 역할을 하는데 에너지를 표출해야 하는 곳이 교회’라는 점에 공감했다. 에너지 표출의 창구로 삼은 건 ‘요구르트’였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비전센터에선 서교동교동협의회 회원인 6개 교회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조용학 서교동장도 함께했다.
서현교회가 고독사 방지를 위해 홀로 사는 교회 성도 10여명에게 요구르트 배달을 하면서 고독사 예방 효과를 봤다는 국민일보 보도(3월 8일자 33면 참조) 직후 서교동 지역 교회들은 서현교회에 요구르트 배달 사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주민센터도 교회 쪽에 지역 내 고독사 방지를 위해 요구르트 배달 사역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이상화 목사는 “매일 집에 찾아가 요구르트를 전달하는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매니저를 통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물을 수 있다”며 “교회가 요구르트 비용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프레시매니저가 그들의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면 신속하게 도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의 설명을 들은 뒤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했다.
교동협의회장인 서교감리교회 김종환 목사는 “주민센터와 연계해 지역사회로 사역을 확장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종교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 모두가 대상”이라고 제안했다.
조용학 서교동장도 대상 범위를 지역사회로 넓히는 데 공감했다. 조 동장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어르신들 위주로 요구르트를 드릴 수 있도록 독거노인 리스트를 발굴하고 확보해 교회에 알리겠다”면서 “계획이 세워지면 마포구와도 해당 내용을 나눠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교회와 지역 간 협업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나왔다. 교동협의회 총무인 희성교회 박태웅 목사는 “교회 안 성도는 교회가 지원하고, 주민센터를 통한 지역주민은 교동협의회비를 통해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요구르트 배달에 관심을 갖는 건 서교동 지역 교회뿐만이 아니다.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상암교회는 서현교회의 요구르트 소식을 들은 뒤 교회 내 독거 노인들을 확인했다. 12가정이었다.
김봉수 상암교회 목사는 “이달부터 요구르트를 배달할 예정이다.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그들에게 매일 찾아가는 관심은 위로와 힘이 될 거라 기대한다”면서 “이번엔 성도들을 중심으로 조사했는데 향후 지원 대상을 세상 밖으로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서울의 다른 지역 교회는 물론 부산에서도 요구르트 사역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