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24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윤 대통령의 5박7일 방미 일정은 백악관의 공식 환영식과 국빈 만찬,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미 국방부의 정세브리핑 등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진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국빈으로 윤 대통령이 방미하는 만큼 이번 회담의 의미가 작지 않다. 그에 걸맞은 성과를 기대한다.
이번 회담은 역대 어느 한·미 정상회담 못지않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미국은 물론 한국을 겨냥한 핵 공격 의도를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카드가 제한적이다.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한국은 재래식 전력으로 맞서야 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확장억제라는 개념으로 핵우산을 제공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달리 구체적인 핵무기의 사용 방식과 운용 매뉴얼은 한국 정부와 공유하지 않고 있다. 나토 국가들이 느끼는 러시아의 핵 위협보다 한국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북핵 위협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미 정부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한국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러시아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문제삼은 것은 유감이다. 윤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은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대량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은 전쟁 당사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는데 이를 확대해석한 것이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과 세계 경제 부진 등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기업을 배제한 것은 재고돼야 한다. 미·중 갈등 여파로 한국의 희생이 강요되는 상황은 수긍하기 어렵다. 경기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촉진하는 모멘텀이 이번 회담에서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