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이었지만 교회는 수시로 옮겨 다녔다. 목사님 말씀에 감동이 없거나 졸리면 설교를 못 한다고, 성도가 적으면 교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바로 교회를 옮겼다. 교회는 삶을 간섭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어야 하고, 등록하라는 말도 하지 않아야 했다. 어느 날 교회에서 아는 친구를 만났는데 인사만 하고 바로 교회를 옮겼다. 중·고등부 예배는 아예 가지 않고 행동이 자유로운 장년예배만 참석해 마지막 주기도문이 끝나자마자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도망치듯 교회를 빠져 나왔다.
예수님만 잘 믿어 구원받고 천국만 가면 되지, 교회에 열심히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봉사하고 섬기는 친구들의 신앙까지 의심하고 판단했다. 이기적이고 욕하고 술 먹는 사람들은 모두 다 가짜 신앙인으로 무시했다. 대학생 때, 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하숙집 주인이 새벽기도는 물론 모든 예배에 참여하면서도 돈 욕심만 가득했다. 똑같은 반찬에 우리가 학교 가면 방에 들어와 전기코드를 뽑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화가 나고 교회 다니는 사람으로서 창피했다. 그래도 내가 믿어야 할 대상은 예수님이라는 생각에 버릇처럼 그냥 다녔다.
춘천교대에 입학 후 전혀 다른 모습의 학과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의 간절한 권유로 한마음교회에 갔다가 가족 같은 분위기에 성도 모두 얼굴이 해같이 빛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누구를 만나도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며 큰 확신으로 전하는 것을 보며 여기는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래 교회는 다녔지만 ‘예수님이 정말 살아계실까’ 하며 의심으로 흔들렸는데 그 고민이 여기서 모두 해결되겠다는 믿음이 왔다.
교대를 졸업하고 집 가까운 학교로 발령을 받고 퇴근길에 작은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일꾼 언니는 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나를 기다렸고, 돌아갈 때는 부모님께 드리라고 여러 가지 과일들도 싸 주었다. 복음을 전하고 싶은 영혼이 있으면 우선 시간을 내서 만나고 기도해주는 모습에 늘 감동을 받았다. 교회에선 ‘교회공동체’ 말씀이 선포됐지만 공동체가 혈육의 가족 같다는 말씀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때 목사님께서 예수님의 부활을 말씀하시며 “전능자가 이 땅에 오셨다 가셨습니다. 전능자가 오셨다 가셨으면 내가 느낀 감정이 진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진짜인 것을 믿으십니까. 우리의 느낌과 감정으로는 백날 다녀도 교회공동체를 모릅니다”며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예수님의 부활에 집중했다.
그러다 ‘예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성경과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믿었다’는 말씀이 딱 들리며 십자가 아래서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에 예수님을 믿었던 사실이 정확히 비쳤다. 이 분명한 사실 앞에 서니 예수님이 누구신지 명확히 알게 됐다. 그분은 전능자 하나님이셨다! ‘내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구나’ 깨달아졌고 그분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교회에 다녔지만 내 마음의 주인은 나였을 뿐이다. 큰 죄를 알게 되어 바로 무릎 꿇고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고백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내 힘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피 값으로 산 교회공동체가 합력해 기도한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그때부터 교회의 모든 형제자매처럼 나는 진정한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교회 유치부에서 동영상 촬영 스태프로 봉사를 했는데 기쁘고 감사했다. 내가 올리는 영상을 바라보는 순진한 눈망울들, 특히 해외에 있는 유치부 아이들이 기뻐하는 영상을 볼 때는 감사의 눈물이 나왔다.
따돌림을 당하고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염려와 두려움으로 내 마음을 늘 아프게 했던 남동생을 위해 중보기도를 부탁하고 교회 수련회에 데리고 갔다. 놀랍게도 동생은 자신의 힘든 마음을 공동체에 고백했고 결국 어린아이처럼 말씀을 받았다. 그리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 받는 기적이 일어났다. 하나님이 고치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사실에 새삼 감격했다.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지체들과 함께 지하철 전도를 나갔다. 싸늘한 반응이 많았지만 전도지를 나누어 주며 복된 소식을 전하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기쁜 시간이었다.
내 마음에는 언제 어디를 가든 오직 영혼을 살려야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그러다 교사 모임에서 만난 언니와 복음을 나누었는데, 결국 그 언니는 우리 교회에서 파송한 1호 선교사가 되어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하고 있다. 대학 동아리 회장을 맡아 전도에 올인하고 직장에서도 열심히 복음을 전했다. 그러다가 스스로 교회를 찾아와 예수님을 영접하고 주님만 바라보는 형제를 만나 결혼을 하고 지난해에는 귀여운 딸을 선물로 받았다.
예수님을 믿고 나서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영원한 하늘 가족이다. 육아를 하면서 주님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교회공동체가 더욱 감사하다. 혼자였으면 너무 힘들었을 육아인데 선포되는 말씀으로 날마다 새 힘을 얻고, 지체들이 여러 가지 필요를 채워줄 때 예수님의 사랑의 손길을 느낀다. 주님 다시 만날 때까지 마음껏 사랑하고 주님과 복음을 위해 공동체와 함께 달려가고 싶다.
최지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