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예술

입력 2023-04-20 18:19 수정 2023-04-20 18:21


노래는 상황이 찢어 놓은 사랑의 상처.
천박한 사내를 자극하는 것은 여자의 자궁과 여체들일 뿐.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동요하고 세상 모든 아름다움이 미는 힘을 느낀다. 우리에게 별이 빛나는 밤은 욕정만큼이나 강렬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노래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바치는 우리의 응창. 우리는 억누를 수 없는 전율로 그 응창을 바친다. 천박한 사내들은 벌거벗은 여자의 젖가슴에 몸을 떨지.
우리는 아름다움의 애무에 피로 보답하기 위해, 아름다움의 무한한 부름에 응답한다.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도 채찍질을 견디며 인생길을 걷는다. 우리, 순결한 우리는.
…(후략)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시집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 중

라틴아메리카 작가 최초로 194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1889-1957)의 시집이 국내 처음으로 출간됐다. 시집을 번역한 이루카는 미스트랄에 대해 “라틴아메리카 시문학의 대모”라고 설명했다. 미스트랄은 구연하는 듯한 간결한 산문시를 즐겨 썼는데, ‘예술’이란 시가 대표작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