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열차에서 내려 십자가 지고 낮은 곳 ‘좁은 문’으로 걸으라”

입력 2023-04-21 03:03
게티이미지뱅크

“단호하나 배제하지 않는다. 온유하나 타협하지 않는다. 부드러운데 심장을 후벼판다. 강한데 마음이 녹아내린다.”(구미정 이은교회 목사)

“삶의 신비를 알알이 풀어내며 소외된 이웃과의 강력한 연대를 추구하는 설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김기석 목사처럼 진정성과 설득력을 담아내기는 어렵다. 그의 설교를 듣고 읽는 동안 내 영혼이 맑아지고 훌쩍 자란 느낌이다.”(정용섭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김기석(67) 청파교회 목사의 설교집 ‘말씀 등불 밝히고’(꽃자리)에 수록된 설교 비평이다. 김 목사는 우리 시대의 설교자로 불리며 국민일보 더미션에 ‘빛을 따라’ ‘바이블 시론’ ‘삶의 향기’ ‘지혜의 아침’ 코너까지 16년째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설교집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신구약 66권에서 한 편씩 뽑은 설교 66편이 게재돼 있다. 욕망의 열차에서 내려 각자 십자가를 지고 낮은 곳, 좁은 문으로 향하라는 그의 설교는 영혼을 깨우는 힘이 있다.

김 목사가 꿈꾸는 하나님 나라, “생명이 온전해지고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며 사는 세상”이 강조되고 있다. 창세기 아담과 하와가 부끄러워 숨는 장면을 다루며 그는 “하나님과의 숨바꼭질, 이것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망가진 세상을 고치는 일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상기시키며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는 하나님 구원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고 밝힌다. 누가복음에선 8장 씨뿌리는 비유를 말하며 사랑의 힘으로 폭력에 맞섰던 예수 그리스도의 꿈을 말한다.

요한계시록에선 ‘하나님의 선율’을 노래한다. 김 목사는 “나를 위해 예비하신 하나님의 선율은 무엇인가”라고 진지하게 물을 것을 성도들에게 권한다. 대답을 들으려면 삶의 속도를 늦추고 분노를 내려놓은 뒤 낮고 그윽한 영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전한다. 다음으론 내 삶의 연주자를 바꾸어 헛된 욕망이 나를 연주하게 두지 말자고, 나란 악기를 가장 멋지게 연주할 예수 그리스도에게 맡기자고 권한다.

848쪽에 이르는 설교집엔 이례적으로 13편의 설교 비평문이 실려 있다. 민영진 곽건용 김기현 김영봉 차정식 최종원 등 신학자와 목회자뿐만 아니라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장동석 출판평론가 등도 원고를 보내왔다. 모두 단호하지만 따듯한 김 목사의 설교문에 귀를 열게 된다고 고백한다. 교계 외부의 인사들에게까지 설교 비평을 청취하는 시도 자체가 기독 출판계에선 드문 일이다.


‘똑바로 우아하게 걷기’(샘솟는기쁨) 역시 66편의 신학적 단상이 담긴 책이다. 백석대 신학대학원장을 역임한 류호준(70) 한국성서대 초빙교수가 저술했다. 류 교수는 어렵고 멀게 느껴진 신구약 성경을 인문적 사유에 바탕을 두고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책은 그래서 ‘딱 한 절’을 강조한다. 류 교수는 1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학자로서 원어에 바탕을 둔 성경 해석과 전후 문맥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엔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절에 집중했다”며 “때론 성경 한 절이 성도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빌립보서 4장 13절의 말씀을 현대어로 쉽게 풀어 소개한 뒤에 류 교수는 바울의 자족을 설명한다.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무슨 일이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은 자기 확신, 자기 긍정의 구호와 주문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하나님 은혜에 대한 바울의 숭고한 신앙고백임을 원어에 맞게 설명한 것이다. 류 교수는 “성구 한 절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거워하면서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 똑바로 우아하게 걸어가자”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