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인섭, 구치소 동기 조우형에 ‘백현동 계약서’ 검토 부탁”

입력 2023-04-20 04:08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2015년 다른 사건으로 수감됐을 당시 ‘감방 동기’인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게 백현동 개발사업 계약서 등의 검토를 부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전 대표는 그간 백현동 사업 인허가 진행 당시 자신은 옥살이 중이라 사업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에 배치되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김 전 대표가 ‘옥중 로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2015년 4월부터 2016년 4월 사이 구치소 같은 수용실에 있던 조씨에게 백현동 개발 관련 문건 검토를 여러 차례 부탁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수감 중이던 김 전 대표가 2015년 하반기쯤 조씨와 백현동 개발 사업에 대해 상의했다는 내용이다. 천화동인 6호 명의자인 조현성 변호사가 조씨로부터 김 전 대표와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 간 약정 내용, 계약서 등을 받아 검토했다는 게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주장이다. 당시 약정에는 인허가 조건으로 양측이 대가를 주고받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최근 백현동 사업 인허가 알선 대가로 77억원을 챙긴 혐의로 김 전 대표를 구속한 검찰은 그의 과거 수감 당시 접견 내역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옥중 로비의 실체를 확인하고 있다.

조씨는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초기 사업자들에게 부산저축은행을 통해 불법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2015년 구속됐었다. 당시 김 전 대표와 조씨는 5개월가량 구치소 같은 방에서 지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사업과는 별개의 알선수재 사건으로 수감돼 있었다.

다만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이런 주장에 대해 “들어본 적 없는 얘기”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조 변호사 입장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수감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있던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접촉한 정황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수감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과 면회 자리에서 백현동 사업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가 평소 성남시에서 각종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주변인 증언도 나왔다. 김 전 대표는 2020년 초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사옥 사업에도 뛰어들었는데, 해당 부지 또한 토지 용도변경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김 전 대표는 해당 사업에 대해서 “내가 허가를 풀 수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